초록의 시간 659 무엇이든 베풀어요
오늘은 박싱 데이
뮤지컬 보기를 좋아하고
뮤지컬 배우를 향한 팬심으로
일상의 고단함을 달랜다는 친구와
오랜만에 송년 안부를 나누며
아직도 그 배우 향한 마음
여전한가 물었더니
놉~ 아니랍니다
요즘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축구 경기를 티브이로 보는 게
신나는 즐거움이랍니다
초록 잔디 위를 거침없이 누비는
어느 축구 선수를 보며
일상을 견디는 힘을 얻는다며
축구 마니아가 된 친구가 하하 웃어요
이 무렵이 축구 시즌의 절정기라서
성탄 선물처럼 축구 경기가 이어진다고
아주 신이 난 목소립니다
그렇군요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니~
학생 시절에도 친구는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이었으니
축구 경기를 보며 힘을 얻는다는 게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축알못인 나 역시 축구 경기 내용보다
싱그럽게 펼쳐진 초록 잔디에 감탄하면서
축구 스타인 그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절로 유쾌해지니까요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즈음이 축구계의 박싱 데이라
볼 만한 경기가 줄줄이 이어져
밤을 새워가며 보느라
아주 즐겁고 신이 난다고 해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을
박싱 데이라고 하는데
크리스마스에 잔뜩 받은 선물들의
포장을 하나둘 뜯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유래가 된 말이랍니다
요즘 들어서는 파격 할인이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무렵의 쇼핑 시즌을 말하지만
원래는 가난한 이웃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날이라는 의미라고 해요
영국에서는 축구 선수들도
크리스마스 날은 가족과 함께 지내고
다음날인 박싱 데이에 경기를 펼친답니다
그래서 리그의 절정기라는 의미로
박싱 데이라 부른다니
그 또한 재미납니다
친구가 애정하는 선수의 경기를
나 역시 스치듯 가끔 보면서
늘 궁금했어요
그 선수의 유니폼에 그려진
까만 닭 모양이 대체 축구와 무슨 상관?
그래서 친구에게 물었더니
하하 웃으며 시원스레 알려줍니다
처음 만들어질 때
클럽 이름이 홋스퍼 FC였다고 해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헨리 4세'에 나오는 등장인물
대담하고 용감무쌍한 기사
헨리 퍼시의 별명인
해리 홋스퍼에서 유래되었답니다
영국의 정통 왕인 리처드 2세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헨리 4세와
맏아들 핼 왕자의 젊은 시절을 그려낸
역사극 '헨리 4세'에서
홋스퍼는 헨리 4세에 대항하는
명예롭고 야심에 불타는 기사라고 해요
중세 잉글랜드 귀족 가문에 태어난
실존 인물인 헨리 퍼시
용감무쌍하게 전장을 누비던
그의 박차는 늘 뜨거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별명이 뜨거운 박차
홋스퍼래요
축구공 위에 서 있는 까만 수탉
엠블럼에도 재미난 스토리가 있답니다
윌리엄 제임스 스콧이라는 은퇴 선수가
박차를 단 수탉이 축구공 위에 서 있는
청동상을 경기장 스탠드에 세웠다는데요
해리 홋스퍼가 수탉 발목에 매단 박차를
참고 삼아 만들었다고 해요
'박차'는 말을 탈 때 신는
구두 뒤축에 달린
쇠로 만든 작은 톱니바퀴인데
말의 배를 차서 빨리 달리게 한답니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에 나오는
헨리 퍼시의 라틴어 대사
'용감한 것은 행동하는 것'을 모토로
홋스퍼의 싸움닭을 엠블럼으로 삼아
싸움닭처럼 빠르고 강하고
열정적인 축구를 지향한다고 해요
용감하다면 도전하라~
하면 된다는 정신인 거죠
학생 시절 미켈란젤로를 좋아하고
묵직하고 두꺼운 세계 명작을
날밤 새워가며 줄줄이 읽더니
이제는 뮤지컬 애호가에서
축구 마니아로 변신한 친구 덕분에
축알못에서 축좀알이 되었으니
그 또한 즐거운 일입니다
오늘은 박싱 데이
무엇이든 베푸는 날이 맞군요
축구에 대한 상식을 재미나게 베풀어 준
친구 덕분에 내 얄팍한 축구 지식이
+1 레벨 업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