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60 브라우니는 사랑입니다
커피 친구 브라우니
달콤하고 쫀득한 디저트
브라우니를 통 크게 한 판 샀어요
한 해를 잘 견디고 버틴 나에게
내가 주는 통 큰 선물입니다
냉동실에 두었다가 꺼내 먹으면
맛이 더 쫀득하다는군요
아이스크림 한 스쿱 얹어 먹으면
부드러운 달콤함이 두 배
우유나 커피와 잘 어울리는 브라우니는
이름부터가 보드랍고 온유합니다
보통은 네모난 모양으로
진한 초콜릿 맛과 항을 느낄 수 있는
촉촉하고 꾸덕하고 찐득한 식감의
브라우니는 초콜릿보다는 부드럽고
케이크보다는 덜 포실한 묵직함으로
사랑받는 생과자랍니다
단단 쿠키와 포실 케이크의
딱 중간인 셈입니다
영화 '노팅힐'에 나오는
브라우니 한 조각이 생각납니다
가장 가여운 인생에게
마지막 브라우니 한 조각을 양보하자는
내기 아닌 내기에서 저마다 자신의 초라하고
어두운 단면들을 서슴없이 내놓아요
부러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유명 배우 애니(줄리아 로버츠)까지도
한 조각 브라우니를 위해 끼어들어요
열아홉 살부터 다이어트를 해서
십 년째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보프다고
좋은 남자친구도 하나 없고
마음 아픈 일을 당할 때마다
신문 기사에 등장해
웃음거리가 된다고 하소연하죠
한 조각 브라우니의 행복을 위해
다들 불쌍한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냅니다
브라우니는 갈색에서 따온 이름인데
스코틀랜드 민담으로 전해 내려오는
집의 정령 브라우니도 갈색이랍니다
착하고 부지런한 작은 요정으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으나
갈색 망토를 걸치고
오래된 집에 살면서 밤이면 나타나
청소나 설거지 등 집안일을 돕는다고 하니
우렁각시의 서양 버전인 셈입니다
빵과 우유 등을 좋아해서
브라우니의 몫을 남겨두었다고 해요
그렇담
진한 갈색 브라우니 한 조각을
갈색 망토 요정 브라우니를 위해
남겨두어야 할까요?
물론 그래야죠
나는 커피 한 잔과 한 조각 브라우니
그리고 갈색 요정 브라우니를 위해
따뜻한 우유 한 잔과
브라우니 한 조각을 남겨두어야겠어요
행복을 건네는 브라우니~
그 마지막 한 조각의 주인이 될 만큼
가장 가여운 인생은 물론 아닙니다만
갈색 망토 브라우니는 착한 요정이고
갈색 쫀득 브라우니는 사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