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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29. 2023

초록의 시간 661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커피 친구 사브레 쇼콜라

쏜 화살처럼 슝

나를 두고 저만치 가버리는 시간

손가락 사이로 휘리릭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은 시간들이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야무지게 마무리하자고 

옆구리 콕 찌르는 듯~


하루하루날아가는 화살 한 개

그리고 사르르 모래 한 줌 같아서

모래 위 그려보는 그림 같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정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애써 그려 놓은 그림은 뭉개지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무심한 발자국 따라

휘뚜루마뚜루 제멋대로 변하고

그러다 지워지는 모래 그림이

우리들 인생을 닮았습니다


덧없다는 말이나

부질없다는 말보다도

무심하다는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닿을 듯 닿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서너 걸음 앞인 듯하다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는

인생의 모든 것이

바람처럼 무정하기보다는

모래알처럼 무심한 것이니

다행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커피 친구는

브레 쇼콜라입니다

사브레(Sable)라는 이름은

모래(sable)에서 유래했다는군요


바삭 파사삭 모래가 부스러지듯이

독특한 식감을 자랑하며

섬세한 매력 뿜뿜 내뿜는

사랑스러운 디저트인데요


사브레 쇼콜라는

초코칩이 들어간 사브레입니다

파사삭 부서지면서도

촉촉한 초콜릿칩이 씹히는 순간

진하고 고소한 맛이 톡톡 매력적이죠


발효 버터로 반죽해 우유 향이 고소하고  

다크 초콜릿칩의 달콤 쌉싸름한 맛과

천일염의 짭조름한 맛이 어우러져

단짠단짠 조화롭게 입안에서

바삭 파사삭~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랑

친구처럼 함께 해도

사각사각 고급스러운 맛이

미소를 부르는 맛입니다


그래 세월아 가라

돌아보지 말고

재촉하지도 말고 가라

나도 천천히 따라갈게

커피 한 모금에 사브레 한 조각

누릴 건 누리며 따라갈 테니

너 먼저 부지런히

네 속도로 가라


달아나는 네 꼬리 붙잡지 않고 

나는 나대로 내 걸음에 맞는

내 속도로 쉬엄쉬엄 갈 테니

바쁜 너는 너대로 혼자서 가라

지금부터 쿨하게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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