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8 그녀의 퇴임식

그녀의 퇴임을 축하합니다♡

by eunring

그녀의 퇴임식에

진분홍 축하의 리본 달고

인간 화환이 되어 가고 싶었다


청춘의 꽃다운 나이로부터

오랫동안, 아침 시간은 출근 시계에

저녁 시간은 퇴근 시계에 맞추어

모범생 걸음으로 또박또박

바른생활 교과서처럼 살아온 그녀가

드디어 민간인이 되는 날

나는 그녀의 퇴임식 대신

엄마의 퇴원식에 갔다

그녀를 위한 인간 화환 대신

보호자 출입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퇴원수속을 하고

처방약을 받고

엄마의 보호자가 되어

오락가락 분주하던 그 시간에

그녀는 퇴임식을 하고

드디어 자유인이 되었다

그녀가 마침내

자유시간을 와락 끌어안는

뭉클한 감동의 순간을

나는 랜선으로 만나고

이렇게 문자로 축하인사를 보낸다


한동안은 허전할지도 모른다

잠깐씩은 어색할 수도 있다

그 모든 감정과 감상들이

기쁨의 해방감 앞에서

가만 숨죽이는 순간

그녀는 자유인의 첫발을

힘차게 내디딜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자유시간들이

엄근진 수칙들에 묶여 있던 그녀를

새처럼 훨훨 자유로이

저 하늘 높이 날아오르게 할 것이다


그녀를 위한 인간 화환 대신

진분홍 꽃 한 송이로

그녀의 퇴임을 축하한다

꽃은 비록 한송이지만

축하의 마음은

세상 모든 꽃들을 합친 것보다도

더 크고 깊고 향기롭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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