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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an 06. 2024

초록의 시간 667 라푼젤 이야기

한 달 한정입니다

동생이 라푼젤이 되었어요

한 달 한정 라푼젤이랍니다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진 것도 아닌데

꽃다운 나이 낭랑 18세가 지난 지

한참 오래되었는데

갑자기 웬 라푼젤?


'엄마는 다 알아

엄마 말을 들어야 해

엄마가 제일 잘 아니까'

심리적으로 간섭하고 통제하

마녀 고델이 있는 것도 아닌데

뜬금없이 웬 라푼젤?


십몇 층에 사는 동생네 아파트

엘리베이터 바꾸는 공사 중이랍니다

소리가 엄청 시끌벅적한 건 기본이고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일이

장난 아니랍니다


철 모르는 어린아이들은 날아오르고

철부지 젊은이들은 뛰어오르는데

어리지도 젊지도 않으

하루 한 번 오르내리는 것도 힘겨워

마다 하나씩 놓여 있는 쉼 의자에

잠시 앉아 쉰다며 웃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더도 말고 한 달 한정이니까요

줄곧 높은 탑에 갇혀 지내던

라푼젤이 들으면 흥칫뿡~ 하겠죠

한 달 동안 참고 견디면

저절로 계단 오르내리기 운동도 되고

새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는데

그까이꺼~ 하면서 흥칫뿡


독일의 설화를 바탕으로 정리했다는

그림 형제의 동화 '라푼젤'에서

마녀 고델은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으로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 지키기 위해

라푼젤을 18년 동안 높은 탑에 가두어 둡니다


탑 밖의 세계는 몹시 무섭고 위험하다고

라푼젤을 가두고 외출 금지령을 내립니다

이불 밖은 위험해~ 의 탑 버전인 거죠

마녀의 가스라이팅인 셈인데

그러나 바깥세상을 향한 라푼젤의

호기심과 궁금증까지 억누를 순 없죠


보이지 않는 폭력을

'가스등 효과'라고 한답니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부자 상속녀인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려고

남편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구속하고 조종합니다


사랑과 친밀감으로 이루어진

두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데

무늬만 사랑일 뿐

심리적으로  조종하고

조종당하는 관계가 되풀이되는 거죠


엘리베이터 공사에서

높은 탑에 갇힌 긴 머리 라푼젤

그리고 잉그리드 버그만의 영화까지

생각이 널을 뛰듯 오르락 내리락입니다


그러나 나는 변함없이

지금 여기

창밖의 겨울햇살 눈부시게 펼쳐지듯

남은 시간들도 환하고 평온하기를

다가오는 모든 일들이

해피엔딩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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