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섶에 무심히
얼음꽃 닮은 슬픔이 맺히는 건지
슬픔이 얼어붙은 겨울 풀더미 따라
인생이 해맑게 졸졸졸
냇물처럼 흐르고 있는 건지
거기 징검다리 몇 개 놓여는 있는지
내가 슬픔 안에 머무르는 건지
슬픔이 그림자 되어
떨쳐내려 해도 막무가내로
나를 따라다니는 건지
내가 슬픔을
등에 지고 다니는 건지
슬픔의 어깨에 내가 철없이
올라앉아 있는 건지
마음이 얼어붙어
차가운 슬픔이 되는 건지
슬픔이 녹아내리며
시리게 마음을 적시는 건지
시간이 방울방울
슬픔의 고드름이 되고
얼음꽃 되어 피어나는 건지
그렁한 눈물의 열매와도 같은
슬픔이 또록또록 맺혀 구르다가
시간의 날갯짓에 업혀 가는 건지
내가 슬픔인지
슬픔이 바로 나인지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서로를 친구 삼아 마음 기대며
슬픔이 손 내밀어 나를 붙잡는 건지
내가 손 내밀어 슬픔을 붙잡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또 하루가 어김없이 시작되고
햇살 번지듯 빗살무늬로 퍼져나가며
그래도 웃자고 나를 달래고
그래도 가던 길 마저 가자고
잠시 내 곁에 멈추어 선 바람이
다정한 손짓으로
내 어깨를 다독입니다
그래요 가던 길 가야죠
좋아요 웃으며 가기로 해요
가는 걸음마다 씩씩하게 또박또박
슬픔이 나를 놓아주지 않으면
애써 뿌리치지 않고 다정히
친구 삼아 가면 되니까요
울며 가도 그 길이고
웃으며 가도 그 길이니
슬픔에 관한 넋두리 따위
가벼이 툴툴 털어버리고
이왕이면 웃으며 가기로 해요
하하~ 도무지 안 되면 빙긋~ 이라도
그마저도 안 되면 그저 묵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