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81 커피와 나

둘만의 시간

by eunring

얼죽아를 고집할 만큼

어리거나 젊지 않으니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시다가

우유를 더 마시려는 마음으로

따뜻한 카페라떼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도 가끔은 개운하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참 나와 많이 닮았다는

뜬금 엉뚱 맹랑 생각에 빠집니다


진한 에스프레소 샷과

뽀그르르 거품우유가 만나

쌉싸름하면서도 몽그르르 부드럽고

몽실몽실 고소한 한 잔의

카페라떼가 되듯이

사람살이도 그런 거잖아요


거품우유 안에 커피 있다거나

커피 안에 거품우유 있다고

티격태격 부질없는 말장난을 하며

오락가락 밀당도 하다가

어영부영 어우러질 줄 도 알고

맘에 좀 안 들거나 덜 차더라도

뭐 그까이꺼 툭 털어내고

두리뭉실 묻어갈 수도 있어야

삶이 편하고 맘이 평온할 텐데요


뭐 그리 대단하지도 않으면서

맘에 들면 한걸음에 덥석 다가서고

맘에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떨쳐내고

핑하니 돌아서는 못된 성질머리가

사이좋게 어울려 섞이기보다는

혼자만을 고집하는 잘난척쟁이

아메리카노와 비슷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어우러지며

아롱이다롱이 곱기도 하고

번잡하기도 한 인생의 무늬를

손잡고 그려나가는 것이

무난한 삶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번잡함보다는 고즈넉함이 좋아서

슬그머니 손을 놓아버리곤 하니까요


배리에이션 음료처럼

화려하게 섞이기보다는

단순 혼자인 게 더 편하고

포근하기보다는 쌀쌀맞으니

아기자기 재미난 무늬 하나 없이

맑은 대신 너무 빤해서 재미없는

씁쓰레한 아메리카노 닮은

초간단 일상입니다


제 맘대로 하늘과 구름과 나무를

눈동자 안에 가득 보듬어 안고는

내 안에 파란 하늘 있고

내 안에 하안 구름 둥실 떠가고

내 안에 나뭇가지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도 있으니 심심하자 않다고

저 혼자 실없이 비실 배실 웃고 있는

커피 그리고 나


고요하고 고즈넉한

둘만의 시간이 좋아서

그냥 이대로

타고난 대로 살자~고

쓸데없는 생각들 툭 떨쳐내고는

한가로이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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