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아를 고집할 만큼
어리거나 젊지 않으니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시다가
우유를 더 마시려는 마음으로
따뜻한 카페라떼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도 가끔은 개운하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참 나와 많이 닮았다는
뜬금 엉뚱 맹랑 생각에 빠집니다
진한 에스프레소 샷과
뽀그르르 거품우유가 만나
쌉싸름하면서도 몽그르르 부드럽고
몽실몽실 고소한 한 잔의
카페라떼가 되듯이
사람살이도 그런 거잖아요
거품우유 안에 커피 있다거나
커피 안에 거품우유 있다고
티격태격 부질없는 말장난을 하며
오락가락 밀당도 하다가
어영부영 어우러질 줄 도 알고
맘에 좀 안 들거나 덜 차더라도
뭐 그까이꺼 툭 털어내고
두리뭉실 묻어갈 수도 있어야
삶이 편하고 맘이 평온할 텐데요
뭐 그리 대단하지도 않으면서
맘에 들면 한걸음에 덥석 다가서고
맘에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툭 떨쳐내고
핑하니 돌아서는 못된 성질머리가
사이좋게 어울려 섞이기보다는
혼자만을 고집하는 잘난척쟁이
아메리카노와 비슷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어우러지며
아롱이다롱이 곱기도 하고
번잡하기도 한 인생의 무늬를
손잡고 그려나가는 것이
무난한 삶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번잡함보다는 고즈넉함이 좋아서
슬그머니 손을 놓아버리곤 하니까요
배리에이션 음료처럼
화려하게 섞이기보다는
단순 혼자인 게 더 편하고
포근하기보다는 쌀쌀맞으니
아기자기 재미난 무늬 하나 없이
맑은 대신 너무 빤해서 재미없는
씁쓰레한 아메리카노 닮은
초간단 일상입니다
제 맘대로 하늘과 구름과 나무를
눈동자 안에 가득 보듬어 안고는
내 안에 파란 하늘 있고
내 안에 하안 구름 둥실 떠가고
내 안에 나뭇가지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도 있으니 심심하자 않다고
저 혼자 실없이 비실 배실 웃고 있는
커피 그리고 나
고요하고 고즈넉한
둘만의 시간이 좋아서
그냥 이대로
타고난 대로 살자~고
쓸데없는 생각들 툭 떨쳐내고는
한가로이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