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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an 26. 2024

초록의 시간 682 하늘이 파래서

하늘 보며 살자고

맵게도 시리고 추운 날씨에

산에 가는 것도 머뭇거리고

동네 공원 나들이도 망설이

친구가 파란 하늘을 보내왔어요


하늘이 파래서

곱고도 예쁘게 파래서

일부러 장갑까지 벗고

하늘 사진을 찍었답니다


하늘 좀 보라고

눈 시리게 파랗고 고운

높다란 하늘 보며 살자고

우리 마음 그릇이 작으면 작은 대로

욕심내지 말고 딱 그만큼만

하늘을 담으며 살자고~


그래 그러자~

답문자를 보냅니다

하늘을 담느라

손 시렸겠다고 하니

손은 시렸으나 마음은 오히려

따사로워졌다고 답이 옵니다


맵찬 날씨에 산에도 못 가고

가까운 공원에도 가지 못하는 대신

파란 하늘을 담아 왔으니

괜찮은 일이고

덕분에 나까지 마음 파래지니

더 괜찮은 일이라고

듬뿍 고마운 인사를 건넵니다


맛있는 걸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고

향기로운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는 것도

다행이고 행복한 일입니다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건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이고 축복이니까요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달아나는

우리들의 하루하루가

아프고 슬프고 고단할지라도

그 사람을 생각하는 순간

내 맘속 어딘가에 분명

푸르른 하늘 한 조각이 머물러

다정한 눈빛으로 위로를 건네니까요


기척도 없이 오고 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먼지 알갱이 하나처럼 떠돌며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역시

창문인 듯 활짝 열린 마음들이

어디선가 나를 향해

빙긋 웃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파랗다고

저기 저 하늘 좀 보라고

고개 떨구지 말고 하늘을 보라고

내 어깨를 툭 치며

파란 하늘 사진을 보내주는

친구가 나를 향해 웃고 있으니

내 마음의 그릇이 너무 작아

하늘이 담기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

내가 이미 하늘의 안에 

따스이 안겨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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