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5 깃털 같은 자유로움
개인의 취향
어릴 적 무엇이든 내 맘대로
모든 게 제 멋대로 자유 투성이었던 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픈 비주얼이지만
엎드려 밥을 먹기도 했다
두 발을 대롱거리며
엎드려 책을 읽으면서
엎드린 채 밥을 먹기도 했다
책 한 페이지에 밥 한 숟가락
한 마디로 멀티태스킹이었다
밥상 두고 엎드려 밥
잭상 두고 엎드려 책
그러다 엎드려 꿈나라
다시 생각해도
웃기는 아이였음이 분명하다
그래도 부모님은 그냥 두셨다
내 어설픈 습관들을 혼내지도 않으셨고
바꾸려고 다그치지도 않으셨다
무한 존중과 무한신뢰가
내게는 엄청난 배경이었다
금수저도 은수저도 아니었지만
무한사랑이 내가 가진 나무숟가락에
넘치게 담겨 있었다
엎드려서 읽는 책과
엎드린 채로 먹는 밥은
그야말로 꿀 조합이었다
밥 한 숟가락 입에 물고
생명의 양식 듬뿍 채워가며
책 한 페이지 넘기면서 마음의 양식까지
가득 채울 수 있었으니
도랑 치고 가재 잡는 1석 2조였다
생각할수록 별난 아이였다
지금은 휴대폰 손에 들고
뽀시락뽀시락 뽀시락거리며
뽀시래기 생각들을 두드리고 있는
여전히 별난 참 유별난 '어른이'이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가진
눈에 보이지도 않는
깃털 같은 자유로움이야말로
내가 유일하게 비빌 언덕이라는 생각에
피식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