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01 씽씽씽 엄마 자전거
롤러코스터 인생
밤새 함박눈 펑펑 내려
온통 하얀 천사들의 세상이 되고
아파트 단지 안 자전거들도
희고 포근한 솜옷을 입고 있어요
미끄러질까 봐 살살 걸음으로
엄마 배웅을 가는 길에
기억 속 엄마의 자전거를 만나
잠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저기 저 자전거들 속에
엄마의 씽씽 자전거도 놓여 있었어요
현재진행형이 아닌 과거완료형이라
되돌릴 수 없어 아쉽고 안타까우나
지난 일은 그대로 추억의 보자기 안에
고이 싸여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죠
손주들 자전거 밀고 다니시다가
슬며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시더니
씽씽 신나게 자전거 타고
바람을 가르며 장을 보러 다니시던
그때 그 시절의 엄마는
젊고 고우셨어요
딸들의 잔소리 따위
쿨하게 귓등으로 흘리시며
별 다섯 개를 만점으로 볼 때
두 개 반 정도의 솜씨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거르지 않고
김치 담그기도 겁 없이 척척
계절이 바뀌면 계절에 맞는
무거운 화분 사 나르기도 척척척
그 시절 젊고 고우시던
울 엄마는 어디 가고
할미꽃이 되어버리신 울 엄마
김치는 매워 진작부터 못 드시고
제아무리 맛난 음식이라도
이가 없어 제대로 못 드시니 우물우물
롤러코스터 날씨 못지않은
롤러코스터 인생살이에도
울 엄마의 시간은 느리게 천천히
머뭇머뭇 제자리걸음
그러다 거꾸로 흐르십니다
제발~ 이라고 새삼스럽게
엄마를 향해 잔소리를 하고 싶어요
제발요 엄마~
좀 짠 듯한 김치도 팍팍 담그시고
계절마다 화분도 거침없이 사 들이시고
씽씽씽 자전거 바퀴 힘차게 돌리며
한강 나들이도 하세요 엄마~
흰 눈 소복이 온 세상을 덮듯이
엄마의 맑고 고운 기억들을
하나둘 덮어버린 시간의 소낙눈더미가
환하게 다시 걷힐 날이 있을까요
개운하게 녹는 날이 올까요
봄이 오면 얼어붙은 강물이
졸졸졸 녹아 흐르듯이
울 엄마 기억의 얼음송이들도
다사로운 봄햇살 아래
사르르 풀어져 녹아내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