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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Feb 24. 2024

초록의 시간 702 봄의 빛

봄의 손짓

앙앙~웬 엄살이냐구요?

마음이 급했던지 밥을 먹다가

그만  끝을 깨물었어요


더운 죽에 혀 데고

입에 문 혀도 깨문다는

바로 그 꼴이 되어

뜬금없이 피맛을 본 셈이죠


혀끝 조금 깨물었다고

너무 엄살 부리지 말라~

정하게 말하지는 말아 주세요


어떤 일을 아주 힘들게

억지로 애써 참는 것을

혀를 깨문다~ 말하는데요

그만큼 아프게 참는다는 것이니


사람의 혀는 뼈가 없어도

사람의 뼈를 부순다고 하잖아요

말이 가진 힘이 그토록 무섭다는 이니

매정한 말씀은  아래 고이 넣어두시길~


혀도 혀 나름

이렇게 예쁘고 풋풋하고 사랑스럽게

히야신스의 꽃망울이 비죽 내미는

싱그러운 봄날의 혀도 있어요


겨우내 움츠리던 히야신스 화분을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내놓았더니

히야신스 알뿌리에서

하나둘 잎사귀 솟아나고

꽃망울이 쏘옥 혀를 내밀듯이

봄의 빛을 비죽  내밀기 시작합니다


마파람에 곡식이

혀를 빼물고 자란다는데

우리 집 히야신스는 개구쟁이처럼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메롱~ 귀여운 혀를 내밀며 자랍니다


꽃망울이 점점 어느 빛깔로 

터져 나올지 긍금해서 자주 들여다봅니다

그렇군요 사랑은 관심이고 살핌이고

자주 들여다봄인 거네요

그리고 다정한 기다림인 거죠


어쩌면 청순한 하양 꽃으로

아니면 신비로운 청보랏빛으로

그도 아니면 사랑스러운 핑크빛으로

피어나는 히야신스와 함께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봄


그러나 기다리면

향기로운 설렘으로 오는 봄

혀끝에 고운 봄바람 물고

우리 집 히야신스가 하양 꽃망울을

수줍게 터뜨리며 인사를 건네듯이

우리들의 봄날이 아련한 빛과

은은한 향기로 물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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