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봄길 따라
성지순례 중인 친구가
톡문자를 보내왔어요
여긴 촉촉 봄비가 온다
친구야 오늘
내가 은총을 받게 되면
그 은총 다 네게로 보낼게~
와우 이럴 때
대박횡재라는 말을 쓰는 거죠
그러나 나는 대박이라는 말도
횡재라는 말도 덥석 반기지 않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어릴 적 길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지폐 몇 장을 보고는
두근두근 바보같이 얼굴 붉히며
엉뚱하게도 옆길로 방향을 틀어버린
완전 소심 찌질 1인이거든요
바로 친구에게 톡답을 쏩니다
아니 아니야 고맙긴 한데
나한테 다 주지 말고
새끼손톱만큼만 줘
그럼 충분~
그러나 오늘의 은총을 양보하겠다는
친구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서
이미 그 은총은 밀물처럼
내게로 마구 밀려왔어요
은총 듬뿍 받았으니
성지순례 대신 빵지순례라도
룰루랄라 가야겠어요
울 동네에도 구석구석 보물처럼
나 찾아봐라~ 숨어 있는
크루아상 맛집에 사라다빵 맛집에
스콘맛집 등 괜찮은 빵집들이 있거든요
거의 동네 붙박이로 사는 내가
아마도 안쓰럽고 짠해 보이는지
동네 한 바퀴 휘이 돌며
후다닥 걸으면 카페도 골고루
천천히 걷노라면 없는 거 빼고
무엇이든 다 있는 마트도 나옵니다
작지만 구색 갖춘 미니 백화점도 있고
팝콘 냄새 고소한 시네마도 있고
그저 둘러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서점도 번듯하게 있고
내가 좋아하는 문구점도 있거든요
더 중요한 건
엄마네 집이랑 동생네 집도
큰길 하나 건너 건너에 있으니
외로움도 덜하고 그리움도 줄어들고
더구나 오가는 길도 수월해서
수고로움도 덜하다는 것
이거야말로 초대박횡재~
그러니까 지금 이곳
내가 있는 이 자리가 바로
나의 성지인 거고
나는 지금 나만의 성지를
호올로 순례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