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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16. 2024

초록의 시간 723 오늘의 은총

봄길 또박또박

해맑은 봄길 따라

성지순례 중인 친구가

톡문자를 보내왔어요

여긴 촉촉 비가 온다

친구야 오늘

내가 은총을 받게 되면

그 은총 다 네게로 보낼게~


와우 이럴 때

대박횡재라는 말을 쓰는 거죠

그러나 나는 대박이라는 말도

횡재라는 말도 덥석 반기지 않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어릴 적 길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지폐 몇 장을 보고는

두근두근 바보같이 얼굴 붉히며

엉뚱하게도 옆길로 방향을 틀어버린

완전 소심 찌질 1인이거든요


바로 친구에게 톡답을 쏩니다

아니 아니야 고맙긴 한데

나한테 다 주지 말고

새끼손톱만큼만 줘

그럼 충분~


그러나 오늘의 은총을 양보하겠다는

친구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서

이미 그 은총은 밀물처럼

내게로 마구 밀려왔어요


은총 듬뿍 받았으니

성지순례 대신 빵지순례라도

룰루랄라 가야겠어요

울 동네에도 구석구석 보물처럼

나 찾아봐라~ 숨어 있는

크루아상 맛집에 사라다빵 맛집에

스콘맛집  괜찮은 빵집들이 있거든요


거의 동네 붙박이로 사는 내가

아마도 안쓰럽고 짠해 보이는지

동네 한 바퀴 휘이 돌며

후다닥 걸으면 카페도 골고루

천천히 걷노라면 없는 거 빼고

무엇이든 다 있는 마트도 나옵니다


작지만 구색 갖춘 미니 백화점도 있고

팝콘 냄새 고소한  시네마도 있고

그저 둘러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서점도 번듯하게 있고

내가 좋아하는 문구점도 있거든요


더 중요한 건

엄마네 집이랑 동생네 집도

큰길 하나 건너 건너에 있으니

외로움도 덜하 그리움도 줄어들고

더구나 오가는 길도 수월해서

수고로움도 덜하다는 것

이거야말로 대박횡재~


그러니까 지금 이곳

내가 있는 이 자리가 바로

나의 성지인 거고

나는 지금 나만의 성지를

호올로 순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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