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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pr 03. 2024

초록의 시간 733 숏폼숏봄

봄은 슬프다

봄은 슬프다~

친구가 말합니다

사월처럼 어설프고

짧기만 한 봄날이라서 

슬프다고 내가 답합니다


아주 짧으면서도

강렬한 숏폼이 대세라는데

봄도 대세를 따르는  걸까요

봄꽃들도 숏폼처럼 짧고 강하게

순식간에 휘리릭 지나가며 

순서도 없이 피었다 지는 걸까요


숏생숏사 봄날에

숏폼숏봄 봄꽃일까요

소리의 속도보다

빛의 속도가 더 빠르다죠

그래서 번개 후 천둥이라는데

봄날도 번개처럼 왔다 가며

마음에 천둥소리보다 큰

슬픔의 소리를 울려댑니다


숏폼은 신박한 짧은 영상 속에서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양손에 잡을 수 있으나

재미라는 중독에 주의해야 한답니다

숏봄도 마찬가지로 중독성이 있어요

짧지만 강렬하게 파고드는

슬픔의 에너지가 깊고도 강합니다


느리게 가는 늦봄이면 좋겠으나

좋은 건 늘 순삭이라 어쩔 수 없어요

작고 느리고 순하고

부드럽고 연한 게 좋으나

요즘 세상은 크고 빠르고

거세고 강하고 거칠고 질기고

독한 것들 투성이라 버겁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마음이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이라는

친구의 말을 곰곰 생각하며

비 머금은 봄날 길을 걷다가

어느 꼬맹이의 질문을 주워듣습니다


엄마 이 꽃 이름이 뭐야

벚꽃

왜 벚꽃이야

벚나무 꽃이라서

아하~ 고개 끄덕이다가 또 물어요

근데 왜 벚나무야?

그 대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들도 나도

가던 길 가야 해서

점점 멀어지고 소리도 함께

저만치 멀어졌으니까요


젊은 엄마의 대답을

혼자 상상하며 걷는 길

벚꽃이 파르르 나풀대며

날갯짓을 합니다


다행입니다 

숏봄이라 짧으니

봄꽃들 휘리릭 떨어질 때마다

깃드는 슬픔도 더불어 짧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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