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68 환승역 커피 한 잔
자판기 커피의 기억 하나
지하철 환승역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아침마다 위로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환승역은 지상이었고
바로 눈 아래 강이 흐르고 있어서
제법 운치가 있었다
강물에 쏟아지는 아침 햇살과
햇살을 끌어안고 잔물결 지는 강물을
눈부시게 내려다보며
일부러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환승역에서 아침마다
나를 위로하던 한 잔의 커피는
자판기 커피였다
또르르 동전을 넣으면
하얀 종이컵이 먼저 톡 떨어지고
커피가루와 크림과 설탕이 내려오고
조르르 뜨거운 물이 뒤따라 나왔다
진하고 달콤 쌉싸름한 3박자 커피를
일부러 천천히 마시며
강물 위로 거침없이 쏟아지는
금빛 아침햇살을 아끼듯 바라보다가
전동차를 놓아 보내기도 했다
어느 날은 자판기 커피가
3박자 제대로 나왔지만
어느 날은 커피가루가 빠지고
크림과 설탕만 뿌옇게 나오기도 했고
어느 날은 뜨거운 맹물만 나오기도 해서
한 잔의 자판기 커피가
인생살이 같다는 생각에
씁쓸 웃음 머금기도 했었다
그런 날이 있었다
나에게 그런 날들도 있었다
환승역에서 마시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이
아침햇살 여울지는 잔물결처럼
잔잔히 밀려와 마음을 적시며
위로가 되어주던 날들이 있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지
누가 내게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이유는~ 없다
그냥
지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