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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22. 2024

초록의 시간 811 우정의 맛

한 접시의 샐러드 같은

상큼 풋풋 초록 푸성귀와

알알이 달콤 새콤 색색의 과일처럼

생김새도 다르고 타고난 성질이 달라서

오로지 마이웨이 외톨이도 있고

그럭저럭 잘 어우러지는 사람도 있고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혼자 핑 토라진 사람도 물론 있고

그 사이에 촉촉 미소로 스며들어

고개 돌린 두 사람의 손잡아주

서로를 이어주는 사람도 있어요


친구들 중에도 물론 있어요

채소 같은 친구도 있고

과일 같은 친구도 있고

그리고 샐러드드레싱이나

매력적인 소스 같은 친구도

사이사이에서 다정히 웃고 있죠


상큼 달큼 매콤 고소 알싸 

드레싱과 소스들 덕분에

 좋고 먹기 좋고 보기에좋고 

소화를 돕고 식욕을 돋우기도 하면서

식감과 풍미까지 제대로 살아나는

한 접시의 샐러드가 됩니다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온갖 채소와 과일들을 모아 모아서

넘치는 건 다독이며 살펴 주고

모자란 건 달래고 채워주는

매력 부자 친구들이 있어서

우리 우정 포에버~


그런데요 채소 각각

과일 제각각이듯

드레싱도 가지가지 다채롭고

드레싱과 비슷한 소스도 

여러 가지  다양하게 있어요


역할과 생김새가 비슷한

소스와 드레싱의 차이는

농도에 따른 거랍니다


걸쭉한 소스는 부었을 때

일정한 선을 유지하기 때문에

맵시가 한결 돋보이는

애피타이저와 디저트에 쓰이고

묽어서 흘러내리는 드레싱은

주로 샐러드에 쓰인답니다


튀김요리에 타르타르소스가 어울리듯

소스는 주로 생선이나 육류에 쓰이는데

부으면 부은 대로 선을 넘지 않으니

선이 흐트러지지 않아서 멋들어져요


샐러드에 부으면 촤라락

드레스자락처럼 흘러내리는

드레싱 중에는 천 개의 섬을 닮은

사우전아일랜드 드레싱도 있어요


양상추 샐러드 위에 부으면

많은 섬들이 모인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천 개의 섬이라는 이름 붙은

사우전아일랜드 드레싱은

미국과 캐나다 사이를 흐르는

세인트 로렌스 강 상류의

사우전드 섬 지역에서 유래되었다죠


식초 기름 크림 과일과 야채

그리고 향신료 등을 사용하는

소스와 드레싱은 성질도 달라서

소스는 마지막에 간을 하고

드레싱은 만드는 중간에 간을 하는데

레몬즙은 마지막에 넣어

상큼한 풍미를 살린답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마요네즈

달콤 알싸하게 톡 쏘는 허니머스터드

고소하고 꾸덕한 피넛 버터

새콤달콤 빛깔도 고운 토마토케첩

저마다 고유의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나는

어떤 친구이고 싶은지

곰곰 생각해 보다가 기세 좋게

발사믹이라고 중얼거립니다


적어도 7년은 숙성되어야

비로소 향기롭고 깊은 맛을 지닌

고급진 포도 식초 발사믹이라는데

그만큼 숙성된 사람인지는

감히 선뜻 말할 순 없으나

그러고 싶다는 희망사항으로

간직하고 싶습니다


빵이나 샐러드에 곁들이는

발사믹은 '향기가 좋다'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발사미코(balsamico) 에서 .

온 말이랍니다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발사믹 식초의 깊은 매력을 닮은

달콤 새콤 친구가 되고 싶다는

꽈나 그럴듯한 희망을 품고

여유롭게 7년 후를 기약해 봅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세월의 힘에 기대어

7년쯤 후에는 발사믹 비슷한

우정의 맛으로 깊어지기를 소망하며

조심스러운 한 걸음 내딛습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천리향도 이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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