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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26. 2024

초록의 시간 814 뻔하지만

뻔하지 않게

얼마 만에 보는

뻔한 하늘인가요

뻔하다는 말은 어두운데 중간 어디

밝은 빛이 비치어 조금 환하다는 말이니

오늘 하늘이 바로 뻔한 하늘입니다


환하게 들여다보이듯이

분명할 때도 뻔하다고  하고

잠시 한가해서 짬이 날 때도

뻔하다고 하죠


뻔하다는 말과

뻔뻔하다는 말은

들여다볼수록 재미납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염치까지 없을 때 뻔뻔하다고 하지만

구김살 없이 펀펀하고 번듯할 때도

뻔뻔하다고 하니까요


뻔하지만 뻔하지 않게

뻔뻔하더라도 염치는 챙겨가며

번듯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구김살 없이 반반하게

오늘 하루를 살아내고 싶은 마음으로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합니다


커피나무는 커피벨트라 불리는

나라들에서 자라는 줄 알았어요

모차르트의 음악이 흐르는

영화에 나오는 케냐의 커피 농장에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했었죠


우리 집 베란다 화분에서도

커피나무 한 그루 자라고 있으니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나무가

자란다는 걸 알고는 있었으나

우리 커피콩으로 커피를 만든다는 건

새롭게 알았습니다


지역 주민들로 이루어진 마을기업인

커피공동체 협동조합이 있다는군요

지역 농산물인 커피 생두를 볶아서

특화된 커피브랜드를 만들었다니

대견하고 기특하고 신기합니다


해맑은 수채화 느낌 듬뿍

장미도 화사하고 풀꽃들도 고운

드립백의 포장 그림에도

지역 주민들의 솜씨를 담았다니

아기자기하고 신박한 아이디어죠


그래서 마셔보았어요

국내산이니 당연히 신선하고 산뜻

약간의 산미가 느껴져서

그 나름 괜찮았습니다


 손으로 키우거나

볶아 만든 커피도 아니고

커피 농장 주인도 주민도 아니지만

괜히 혼자 뿌듯해하며

우리나라 커피를 마십니다


한 잔의 습관이 되어 버린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한 잔의 커피처럼

오늘 하루도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신박한 하루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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