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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27. 2024

초록의 시간 815 멀지 않은 별

그리움이 반짝이는 순간

전화보다는 깨톡문자로

안부 건네는 친구가 전화를 해서

얼른 받았더니 다짜고짜

쪼매난 케이크 하나

예쁜 걸로 사라고 합니다


내 생일도 니 생일도 아닌데

뜬금 케이크?

내가 심부름센터도 아닌데

케이크 심부름을?


내 말에 친구가 웃으며

오늘이 너네 엄마 축일이니

케이크에 초 켜 드리고 

축하 듬뿍 해 드리라는

심부름 미션을 건넵니다


가까우면 바로 날아오겠는데

멀어서 금방 갈 수 없으니

대신 축하 미션 완수하면

케이크 값은 만날 때 준다고

하하 웃음까지 덤으로 얹어 줍니다


알아요 친구 마음

나도 깜빡 잊고 있는

울 엄마 축일을 기억하고

내게 축하 심부름까지 건네는

그리움 반짝이는 그 마음

알고도 남습니다


친구의 엄마는

이미 천사 날개 팔랑이며

반짝반짝 별나라 여행 중이시니

친구 엄마의 축일이라도

대신 챙기며 엄마 생각을 하는 거죠


기특하고 고마운 친구의 명 받아

귀염뽀짝 케이크를 하나 사면서

멀지 않은 동네에 친구가 살고

멀지 않은 별에 그리운 이들이

살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잠시 해 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멀지 않은 동네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언제라도 집에서 입던 편한 옷 그대로.

슬리퍼 끌고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친구네 집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꼭 좋지만은 않을지도 모르죠

그냥 혼자 멍하니 있고 싶을 때

집 앞을 지나가는 친구의 발자국 소리가

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어요

늘어지게 게으름 피우고 싶은데

창문 열고 잠시 내다보며

손이라도 흔들어야 하니까요


적당한 거리가 선물하는

보고픈 맘과 그리운 마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선을 넘어 번잡해질 수도 있고

멀리서 애틋함으로 손 흔들다가도

가까워지면 문득 쑥스러워

슬며시 손을 내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멀지 않은 동네에

사랑하는 친구들이 살고 있으면

번거로움보다 몇 배는 더 많이

힘이 되고 힘이 날 것 같아요


우리 곁을 떠나간 이들이

별나라에서 살고 있다면

사랑하는 그들이

너무 멀지 않은 별에서

웃으며 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덤으로 얹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파란 하늘에 머리핀처럼 꽂혀

바람에 살랑이는 배롱나무

수줍고 여리고 사랑스러운

분홍 꽃송이들이 배시시 웃으며

이렇게 속삭이는 듯~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마음 한복판에 떡하니 앉아 있든

머릿속을 마구 헤집고 다니든

그리움이 반짝이는 순간

보고픈 이들은 언제나

서로의 곁에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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