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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Sep 17. 2024

초록의 시간 850 가을의 이름으로

가을이라는 이유로

가을이라서

가을이라는 이유로

가을이라는 이름표 붙인

쓸쓸함을 뚝뚝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지 않나요


어느 카페의 냅킨에 적힌

어머 아름다움을 흘리셨군요~

가지런한 문구 앞에서

문득 뜨끔합니다


그렇군요

아름다움을 흘리면

말끔하게 닦아야 하듯이

쓸쓸함도 흘리면 깔끔하게

흔적 남지 않도록 닦아야 해요


새하얀 냅킨에 적힌

아름다움을 흘렸다~는 문구처럼

다만 가을이라는 이유로

쓸쓸함을 아무 데나 여기저기

흘리지 말기로 해요


가을이라서 쓸쓸하다고

소리 내서 말하지 기로 해

쓸쓸하다고 말하는 순간

쓸쓸하다의 크트머리에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숨어 있는

깊고 오묘한 단맛까지도

애매하게 씁쓸해져 버리니까요


혹시라도 이미 흘리고  말았다면

뭐 어때요 가을인데

이미 쏟아내고 말았더라도

괜찮아요 가을이니까~


애써 닦거나 주워 담지 말고

그대로 두어요 가을이므로

나무들도 한 잎 두 잎

이파리 흘리는 가을이니

예쁜 가을의 이름으로

너그러이 용서하기로 해요


가을이니

가을이라서

가을의 이름으로

번거롭다고 삼각티백으로 대신하던

차 한 잔을 제대로 마셔볼까요


쓸쓸함의 향기 속에도

고요히 감미로움이 머무르고

가을을 닮은 빛깔 잔잔히

마음으로 스며듭니다

그리고 덤으로 오는

가을의 속삭임~


어머!

가을을 흘리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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