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50 가을의 이름으로
가을이라는 이유로
가을이라서
가을이라는 이유로
가을이라는 이름표 붙인
쓸쓸함을 뚝뚝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지 않나요
어느 카페의 냅킨에 적힌
어머 아름다움을 흘리셨군요~
가지런한 문구 앞에서
문득 뜨끔합니다
그렇군요
아름다움을 흘리면
말끔하게 닦아야 하듯이
쓸쓸함도 흘리면 깔끔하게
흔적 남지 않도록 잘 닦아야 해요
새하얀 냅킨에 적힌
아름다움을 흘렸다~는 문구처럼
다만 가을이라는 이유로
쓸쓸함을 아무 데나 여기저기
흘리지 말기로 해요
가을이라서 쓸쓸하다고
소리 내서 말하지 않기로 해요
쓸쓸하다고 말하는 순간
쓸쓸하다의 크트머리에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숨어 있는
깊고 오묘한 단맛까지도
애매하게 씁쓸해져 버리니까요
혹시라도 이미 흘리고 말았다면
뭐 어때요 가을인데
이미 쏟아내고 말았더라도
괜찮아요 가을이니까~
애써 닦거나 주워 담지 말고
그대로 두어요 가을이므로
나무들도 한 잎 두 잎
이파리 흘리는 가을이니
예쁜 가을의 이름으로
너그러이 용서하기로 해요
가을이니
가을이라서
가을의 이름으로
번거롭다고 삼각티백으로 대신하던
잎차 한 잔을 제대로 마셔볼까요
쓸쓸함의 향기 속에도
고요히 감미로움이 머무르고
가을을 닮은 빛깔 잔잔히
마음으로 스며듭니다
그리고 덤으로 오는
가을의 속삭임~
어머!
가을을 흘리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