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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Nov 18. 2024

초록의 시간 867 지나간 한때를 그리워하듯이

단풍의 시간

지나간 한때를

간절히 그리워하듯이

단풍은 게 얼굴 붉히며

가을 뜨락에 한가득입니다


그립다 한들

다시 돌아올 시간도 아니고

아쉬운 마음에 고개 돌린다 해도

그 시간 속으로 달려갈 수는 없으나


창문 활짝 열어 맞이하는

진한 그리움도 사랑이고

안타까움에 한 걸음 물러앉는

아쉬움도 사랑이듯이

지금 이 자리에

묵묵히 머무르는 것

또한 사랑입니다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게

일렁이는 빗살무늬가 되어

모여 앉은 단풍잎 사이를 파고들 

맑고 투명한 눈물 한 방울 또르르

종이컵에 담긴 커피 위로

반짝 이슬처럼 구르며

차가운 아침 향기를

더욱 그윽하게 합니다


만남과 헤어짐도 인연이고

지금 이 순간 나란히

함께 하는 것도 인연입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삭한 단풍잎

향기롭게 깊어가는 사랑도

붉디붉은 인연입니다


그렇군요

그대가 있어 내가 있으니

그대와 나를 더 귀히 여기고

그때가 있어서

지금이 있는 것이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계절의 옷소매에 간직합니다


내일의 나는 더 나이 들고

내일의 나는 더 작아지고

내일의 나는 더 부끄럽

내일의 나는 더 서럽겠으나

그 또한 나와의 만남이고

고운 인연이라고 생각하며

반갑게 맞아들여야겠어요


망설이거나 미리 겁먹거나

무작정 두려워하기보다

차분히 웃으며 기다리

잔잔한 설렘으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제의 내가 있어

오늘이 있고

지금의 나를 딛고

내일이 오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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