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902 행복한 시간
잠시 잠깐입니다만~
고흐는 화가 나거나 언짢을 때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해요
마음이 잔잔하고 행복할 때만
그림을 그렸다는 그는 행복할 때
별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희망과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는
밝은 희망을 그렸다죠
고흐가 행복한 마음으로
노랑과 파랑이 어우러지는
희망의 그림을 그렸듯이
나는 행복할 때 그림을 그리는 대신
이것저것 챙겨 먹습니다
행복한 마음이 두 배가 되거든요
병원 검사 예약 알림 문자를 받고 나면
모범생처럼 순하게 먹습니다
일주일 동안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뭐 그리 크게 달라질 것도 없겠지만
습관처럼 일주일은 조심을 하며
머릿속에 먹킷리스트를
조르르 적어 저장합니다
평소 거의 먹지 않는 음식들로
줄줄이 줄을 세웁니다
하얀 설탕 솔솔 뿌린
핫도그도 하나 먹어야겠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하니
짭조름한 햄버거도 먹어야지~
컵라면도 하나 놓치지 않을 거야
이왕 먹는 거 뜨거운 물을 부을 때
선에 딱 맞춰서 제대로 먹어야겠다
어쩌다 먹을 때 스프가루 줄이고
물 넉넉히 부어 맹숭맹숭 먹었으니
이번엔 제대로 먹을 거다~
폭신 빵도 먹고 개운 국수도 먹고
칼칼하게 매운 음식도 하나 추가하고
이제 막 얼굴 내밀기 시작하는
사랑스럽게 예쁜 딸기도
좀 비싸지만 먹을 테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다 먹지는 않습니다
조르르 늘어선 맛난 것들 중에서
한두 개면 충분하니까요
이번에는 피자 한 판입니다
빨강과 초록과 하양이 어우러져
한 송이 둥글 납작 꽃 같은 마르게리따
가장 단순한 피자 한 판으로
병원 다녀오며 내내 긴장했던
내 마음을 위로합니다
애썼다고 다독이며
어깨 펴고 웃으라고
마음도 꽃처럼
활짝 펴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