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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923 인생의 미로

미로와 미정이

by eunring

꼬맹이들의 아침 등굣길

그리고 젊은 아빠의 출근길이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도

바람 잦아들고 많이 춥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겨울의 끄트머리입니다


쌍둥이 남매의 손을 잡고

느슨한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젊은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천천히 걸어봅니다


귀여운 쌍둥이 남매의

사랑스러운 이름이

문득 궁금합니다

사랑이와 다정이일까요

아니면 해님과 달님일까요

어쩌면 봄이와 가을이일지도~


젊은 아빠의 인생길은

쌍둥이 남매 덕분에

향기로운 꽃길이기도 하다가

울퉁불퉁 비탈길이기도 하다가

웃음꽃 활짝 핀 사랑길이기도 할 테죠


가족으로 인해 묵직한 만큼

가족 사랑으로 한결 듬직해진

젊은 아빠의 씩씩한 뒷모습과

사랑스러운 꼬맹이들의 웃음소리가

갈림길에서 사라진 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뜬금 엉뚱 생각에 빠져듭니다


이쯤에서 과감하게

개명 신청을 해야 할까요

이미 일어난 일은

내 손을 떠났으니 어쩔 수 없고

아직 오지 않은 일들은

이리저리 궁리해 보나 마나

도무지 예측이 어려운

내 인생길의 쌍둥이 남매

미로와 미정이~


안개에 싸인 인생의 미로와

예측 불가 미정이의 이름을 바꾸고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함께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해 봅니다


사랑과 인생의 길은

늘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였고

실마리를 찾아 미로에서 헤맬 때

한 걸음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예정도 선택도 결정도 쉽지 않아서

우물쭈물 망설이는 때가 많았거든요


내가 양손에 잡고 있는

인생길의 쌍둥이 남매

미로와 미정이의 이름을

투명이와 애정이로 바꿔봅니다


내 앞에 이어지는 길들이

맑고 투명했으면 좋겠어요

그리하여 한 치 앞을 알 수 없어

미정일 수밖에 없던 일들이

듬뿍 애정으로 거침없이

성큼 다가왔으면 더 좋겠어요


투명이와 애정이~

이름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반짝 햇살인 듯 마음이 환해지고

사르르 미소도 번집니다


투명이와 애정이의 손을

다정히 부여잡고

찬바람이 불면 어떠랴

눈비가 오면 또 어떠리~

발걸음도 씩씩하게

오늘 하루의 길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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