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나무가 묻습니다
오랜만이라고
연분홍 이파리 하늘하늘
미선나무가 수줍은 미소 건네며
속삭이듯 묻습니다
꿈결인 듯 벚꽃 피어
꿈자락 타고 꽃이파리 흩날리다가
꿈인 듯 아련히 벚꽃 지고 사라진 자리
푸르른 오월이 흐린 하늘 사이로
비죽 고개 내미는데
샤랄라 벚꽃 필 때
그대 어디에 있었나요
벚꽃 몽그르르 피어날 때
전망 좋은 방에 있었노라~
낮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창밖으로 벚꽃 피어나는 것도 보고
바람에 팔랑대며 흐트러지는 것도 보고
비에 젖어 뚝뚝 떨어져 날리는 것도
찬찬히 눈맞춤하며
보고 또 보았노라고요
꽃잎이 분홍인 분홍미선이가
발그레 볼을 붉히며 또 묻습니다
그대의 친구들이 미선이 피는 자리에서
볼 빨간 소녀 미소 까르르 나부낄 때
그대는 무슨 생각을 했나요
별의별 생각을 다 했노라 답하며
단순 생각이 쉽지 않았노라고
단순 생활 또한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빗방울처럼 우울이 스치고 지나갔으나
불편함과 번거로움 속에서도
그래도 웃었노라~ 대답합니다
분홍으로 피어나는 분홍미선이
꽃잎이 상아색인 상아미선이
꽃받침이 연초록인 푸른미선이
열매 끄트머리가 동글동글 둥근미선이
미선나무 꽃들도 조금씩 다르듯이
저마다 다른 이름과 얼굴의 친구들이
서로를 따스이 보듬어 주는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며 혼자 웃었노라
대답합니다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는
참 예쁜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 분홍꽃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중얼거리는 듯~
그런 거잖아요
함께여서 좋고
함께라서 힘이 나는 거죠
서로를 지켜주는 건
크고 대단한 힘이 아니라
함께 하는 마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