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다미아의 시간
밥 먹고 차 마사는
일상다반사라는 말과도 같이
빵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는
평범한 나날들이 주는 평온함도
안타깝지만 늘 지속되지는 않아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까지는
애써 발돋움하거나 기대하지도 않고
욕심 없이 평범한 일상의 골목길을
잔잔히 걸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낯설고 막다른 길이 갑툭튀~
잔잔한 일상을 가로막고는
마구 흔들어대며 헤집어 놓으니
이를 어쩔~
어쩌겠어요
길을 바꿀 수 없으니
나를 바꾸고
돌아가는 길을 모르니
마주설 수밖에요
그리하여 소소한 습관 중 하나인
하루 1 커피 하루 1 빵
커피와 빵을 거르지 않으며 누리는
일상의 즐거움과 작은 행복까지도
아쉬움 끌어안으며 반으로 즐여봅니다
잠시 거리를 두는 것도
사랑이니까요
1일 1 커피를 반잔으로 줄이거나
2일 1 커피로 건너뛰며 비워낸 자리를
오월처럼 푸르고 맑은 차로 채우며
고소하고 폭신한 빵과
철부지 간식이던 과자 대신
몸에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철 채소와 과일 그리고
견과류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거라면
내가 왜? 라며
흥칫뿡 뒤도 안 돌아보고
일찌감치 삐딱선을 탔을 텐데요
스스로 필요하다 인정했으니
고소하고 폭신한 빵이 먹고 싶을 땐
주먹감자빵이라 생각하고
포실한 감자 한 알을 먹으며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을
눈앞에 떠올리기도 하고
커피를 줄여 마시면서
한 모금 커피맛에 음~
새삼스러운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일
이왕이면 즐겁게 해 보려고
앙증맞게 귀여운 다람쥐도 아니면서
은행이파리처럼 생긴 크래커를 손에 쥐고
마카다미아 쉘 껍질을 까서
버터처럼 고소하고 아삭한 알맹이를
꺼내 먹는 재미도 붙여보고
캐슈너트도 껍질째 구운 것으로
심심찮게 껍질을 벗겨가며
야곰야곰 먹어봅니다
야무지게 동글동글 윤이 나는
마카다미아 쉘을 까먹다 말고
아 이런 게 바로 인생이야~
고개 끄덕이기도 합니다
어느 알맹이는 단번에
기분 좋게 또로록 빠지는데
어느 알맹이는 반으로 쪼개지기만 하고
반쪽 알맹이가 잘 빠져나오지 않아
여러 번 손이 가거든요
인생의 하루하루도
하루에 만나는 이런저런 일들도
마카다미아 알맹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겉보기에는 어슷비슷하지만
쉬운 하루도 있고
쉽지 않은 날들도 있고
손이 가는 일들도 있으니까요
쉽든 쉽지 않든
버겁든 버겁지 않든
생략하거나 건너뛰거나 비켜갈 수 없다면
그 나름의 수고를 즐거움이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웃어보렵니다
기분 좋게 또로록
모든 알맹이들이 스르륵 빠져버리면
너무 쉬워 재미가 덜하잖아요
힘들고 번거로우면 또 어때요
동그르르 귀여운 알맹이와
재미나게 맞짱 뜨는 것도
잠시잠깐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