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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946 반가운 소식

한 떨기 꽃과 같은

by eunring

반가운 소식이라는

앙증맞은 책갈피가 있어요

눈이 더 나빠졌다고 투덜대며

책과 점점 더 멀어지면서도

손 가까이 책들은 쌓아두고

바라보기는 합니다


책을 읽다가

읽던 페이지를 표시하려고

잠시 꽂아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반가운 소식이라는

문구가 좋아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려고

책더미 위에 두었습니다

책도 책갈피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요


바라보면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조르르

반가운 소식이 달려올 것만 같은데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살다 보면

즐겁고 유쾌하고 기쁜 소식이나

두 팔 벌려 반기는 반가운 소식보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더 많은 듯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는

철없는 마음은 벼랑 끝에 피어난

한 송이 꽃 같은 희망인 셈~


가까이 있으면 희망이 아닌

엄연한 현실인 것이니

손 내밀어 붙잡기에는 아슬아슬

닿을 듯 닿지 않아 애틋한 마음이

바로 희망인 거라고

손에 닿지 않아도 거기 있으니

눈에 담고 마음에도 새기는

눈부신 순간의 반짝임이라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그런데요

한 떨기 희망과도 같은

반가운 소식이 따끈따끈

방금 도착했습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게

꿈이고 희망인가 봐요


친구를 좋아하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친구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학교 때 친구 중에 일 년에 서너 번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고

한두 번 얼굴 보는 것으로

가늘고 긴 우정을 이어가는 친구가

톡문자가 아닌 목소리를 건네왔으니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수선화를 닮은 그 친구가

날이 더워지기 전에 짬을 내서

울 동네로 얼굴 보러 온답니다

반갑고도 기쁘고

유쾌하고 즐거운 소식이라

웃음이 절로 나서 하하 호호 까르르~

계집아이들처럼 웃음을 나누며

약속을 정하고 통화 종료~


친구의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꽃처럼 마음이 설렙니다

잭을 좋아하는 친구에게도

반가운 소식 책갈피를 건네며

사랑의 인사를 건네야겠어요


반갑다 친구야~

활기찬 목소리 들려주고

이쁘지도 않은 얼굴 보러 와 준다니

고맙다 친구야~

사랑한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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