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잎카펫의 미소
실례를 무릅쓰고
나 잠깐 끼어들어도 될까
정원 바닥 가득히 누운 꽃이라
잠시 무릎을 낮추고
차분히 눈을 내리깔며
소중히 보아야 하는 작고 순한 꽃
내 이름은 주름잎카펫이라고 해
꽃 이름이 카펫이라니
영영이라는 이름 못지않게
별나고 재미난 이름이지
주름옷은 입어봤어도
주름잎은 처음이라며 웃기도 하는데
작은 잎사귀에 주름이 있어
주름잎이라 부르는 야생화야
꽃이 피어나기 전에는
그냥 잡초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야생화라 불러주면 고맙겠어
잡초보다는 야생화가 더 로맨틱하잖아
잡초의 생명력도 좋으나
야생화의 자유로움이 난 더 좋거든
하긴 생명이 있어야 자유도 있으니
거기서 거기~^^
땅주름잎이라고도 부르고
누운주름잎이라고도 부르는데
나는 주름잎카펫이라는 이름이 참 좋아
작고 어리지만 잎사귀에 주름이 있으니
왠지 어른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눈 살짝 내리깔며
우쭐대고 싶어지거든
작고 여린 모습이
바닥에 누운 듯 납작하지만
이름에 카펫이 붙어 있으니
신비롭게 날아오르는
카펫의 꿈도 머금을 수 있어
훨훨 날아다니는 카펫이 되어
분홍 꽃이파리 초록 잎사귀들을
꽃비나 꽃눈처럼 나부낄 수 있을 테니
날아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이렇게 웃고 있지
불가능을 가능하게 이뤄주는 것이
바로 한 뼘 판타지니까
정원 바닥 가득
소담스럽게 피어나도록
그리움에 눈먼 이가 잔잔히 심어 준
주름잎카펫은 살짝 넘어지기만 해도
오른쪽 팔이 빠져버리는 영영이를 위한
딸바보 아빠의 사랑과 정성이야
블루카펫도 있고 하양이도 있지만
영영이가 핑크를 좋아하거든
눈먼 이가 정원사냐고?
아님 의사냐고?
그건 나도 잘 몰라
사람이 중요하지 직업 따위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1인이라서
아니 1 풀꽃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직업 따위 상관없이
눈먼 이는 바람이 잔잔한 날은
정원을 돌보거나 강가를 산책하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나무 그늘에 놓인 의자에
그림처럼 앉아 있지
그 나무 이름은 그리움의 나무
그 의자 이름은 기다림의 의자
눈먼 이는 영영이의 이름에 담긴
영원한 사랑을 굳게 믿으며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하는
진심 사랑꾼인 거지
그리움에 눈먼 이가
정원 가득 심은 핑크 주름잎카펫은
영영이를 위한 폭신 카펫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만나게 될 그녀를 위해 준비한
그녀 맞이 핑크 카펫이기도 해
핑크와 블루 사이에서
그는 잠시 망설였지
꽃말까지도
나는 너를 잊지 않아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이니
더 바랄 게 없으나
그가 눈이 멀도록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그녀 푸른별꽃님을 위해
블루카펫으로 할까 망설이다가
핑크공주 영영이가 좋아하는
핑크카펫으로 결정한 거지
딸바보 아빠니까
그리움에 눈먼 이는
바람을 타고 그녀가 오리라고
굳게 믿으며 기다리고 있으나
글쎄~ 바람이 과연 그렇게 해 줄까
잎사귀의 주름을 살랑이며
주름잎카펫이 고개를 갸웃갸웃~
바닥에 늘어진 그림자까지도
참 멋진 실루엣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눈먼 이를 스치고 달아나는 바람은
밀당의 고수거든
변덕쟁이 금사빠 바람이라서
금방 사랑에 빠져들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뒤도 안 돌아보고 휘리릭 달아나지
바람을 아는 바람다운 바람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