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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판타지 005 금사빠 바람의 하소연

떠도는 소문에 관하여

by eunring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을

나도 이미 접수 완료

그러나 변명 따위 하지 않아

소문이라는 게 아니라고 우기다 보면

서로가 너덜너덜 구차해지거든


그래서 대인배의 마음으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지

바람에도 귀가 있느냐고?

뻥이 심한 편이냐고?

굳이 그렇게 묻는다면 뭐~

판타지 바람이라고 답하는 수밖에

기승전판타지니까


작고 어린 주름잎카펫

순둥이 소녀 같은 꽃들도

카펫이 되어 날아오르기를 꿈꾸는데

이리저리 세상을 맘껏 날아디니는

바람인 내가 떠도는 소문의

시작점이고 또한 종착점인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

기승전바람이니까


바람결에 떠도는 뜬소문은

금사빠 바람인 내가

푸른별꽃님을 향한

눈먼 이의 사람을 질투해서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방해했다는

완전 터무니없는 얘긴데 말이야


헐~

그럴 리가 있겠어

눈먼 이 못지않은 사랑꾼 바람인 나를

훼방꾼 바람으로 바꿔놓았으니

헛웃음만 터져 나올 뿐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절

잠시 집 나가 개고생 하던 중

철없는 실수로 발을 헛디뎌

낯선 우주 어딘가를 헤매다가

바람결에 저 멀고 먼 어느 별나라에서

눈먼 이가 잊지 못하는 그녀

영영이의 엄마인 푸른별꽃님을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맞지만

딱 거기까지가 내 실수였음을

쿨하게 인정~


낯선 미래의 어느 별나라로

푸른별꽃님을 데려간 건

내가 아니야

바람도 바람 나름

금사빠 바람인 내가 아니라

소용돌이 바람의 소행이란 말이지


그런데 떠도는 소문은

그 바람이고 저 바람이고

다 금사빠 바람이라고 하니

세상에 이런 오해가~


나라는 바람이 들쭉날쭉

이랬다 저랬다 변덕스럽긴 해도

의리만큼은 제대로 챙기는

의리꾼 바람이라는

저 하늘이 알고 이 땅이 알고

너도 알고 나도 알는데 말이야


철없고 엉뚱하고 무모하지만

무늬만 용감무쌍 직진형일 뿐

속은 극세사처럼 여린 겁쟁이라서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설고 먼 미래의 별나라까지는

감히 날아갈 엄두가 나지 않으니

이를 어쩔~


까칠하고 드센 소용돌이 바람에게

부탁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으나

푸른별꽃님을 휘감아 데려간 이후

우주의 어느 낯선 곳을 떠돌다가

어느 작은 별나라에 별콕 중인지

소식이 아주 끊겨 버렸으니

대략 난감~


변명 같은 비밀 하나 덧붙이자면

철부지 시절 실수로 발을 헛디딜 때

그때 그 순간 어긋난 발목이

다 나은 듯하다가도

가끔 말썽을 부리거든

그래서 길 떠나기가

점점 더 망설여진단 말이야


바람의 발목이라니

뻥이 심하다고

그런 게 어딨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이미 다들 알고 있겠지?

기승전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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