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소문에 관하여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을
나도 이미 접수 완료
그러나 변명 따위 하지 않아
소문이라는 게 아니라고 우기다 보면
서로가 너덜너덜 구차해지거든
그래서 대인배의 마음으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지
바람에도 귀가 있느냐고?
뻥이 심한 편이냐고?
굳이 그렇게 묻는다면 뭐~
판타지 바람이라고 답하는 수밖에
기승전판타지니까
작고 어린 주름잎카펫
순둥이 소녀 같은 꽃들도
카펫이 되어 날아오르기를 꿈꾸는데
이리저리 세상을 맘껏 날아디니는
바람인 내가 떠도는 소문의
시작점이고 또한 종착점인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
기승전바람이니까
바람결에 떠도는 뜬소문은
금사빠 바람인 내가
푸른별꽃님을 향한
눈먼 이의 사람을 질투해서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방해했다는
완전 터무니없는 얘긴데 말이야
헐~
그럴 리가 있겠어
눈먼 이 못지않은 사랑꾼 바람인 나를
훼방꾼 바람으로 바꿔놓았으니
헛웃음만 터져 나올 뿐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절
잠시 집 나가 개고생 하던 중
철없는 실수로 발을 헛디뎌
낯선 우주 어딘가를 헤매다가
바람결에 저 멀고 먼 어느 별나라에서
눈먼 이가 잊지 못하는 그녀
영영이의 엄마인 푸른별꽃님을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맞지만
딱 거기까지가 내 실수였음을
쿨하게 인정~
낯선 미래의 어느 별나라로
푸른별꽃님을 데려간 건
내가 아니야
바람도 바람 나름
금사빠 바람인 내가 아니라
소용돌이 바람의 소행이란 말이지
그런데 떠도는 소문은
그 바람이고 저 바람이고
다 금사빠 바람이라고 하니
세상에 이런 오해가~
나라는 바람이 들쭉날쭉
이랬다 저랬다 변덕스럽긴 해도
의리만큼은 제대로 챙기는
의리꾼 바람이라는 건
저 하늘이 알고 이 땅이 알고
너도 알고 나도 알는데 말이야
철없고 엉뚱하고 무모하지만
무늬만 용감무쌍 직진형일 뿐
속은 극세사처럼 여린 겁쟁이라서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설고 먼 미래의 별나라까지는
감히 날아갈 엄두가 나지 않으니
이를 어쩔~
까칠하고 드센 소용돌이 바람에게
부탁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으나
푸른별꽃님을 휘감아 데려간 이후
우주의 어느 낯선 곳을 떠돌다가
어느 작은 별나라에 별콕 중인지
소식이 아주 끊겨 버렸으니
대략 난감~
변명 같은 비밀 하나 덧붙이자면
철부지 시절 실수로 발을 헛디딜 때
그때 그 순간 어긋난 발목이
다 나은 듯하다가도
가끔 말썽을 부리거든
그래서 길 떠나기가
점점 더 망설여진단 말이야
바람의 발목이라니
뻥이 심하다고
그런 게 어딨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이미 다들 알고 있겠지?
기승전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