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디저트
사랑은 그런 거라고
눈먼 이가 어린 딸에게 말해줍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낯선 모습에 끌리고 설레고
티격태격 토라지기도 하면서
한 걸음 다가서다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두어 걸음 물러서기도 하며
자신을 양보하는 법을 배워가면서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들어
익숙해지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낮의 쨍쨍 햇볕에 지쳐
나무 그림자가 슬며시 비켜간 자리
따가운 볕 아래 그대로 앉아 있는
눈먼 이의 얼굴은
볕에 그을어 발그레합니다
의자를 조금만 옆으로 옮겨 앉으면
그늘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햇볕의 뜨거움을 피할 수 있는데
눈먼 이는 움직이지 않고
눈부신 햇살을 그대로 끌어안고 있어요
살금살금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노란 우산으로 그늘을 만들며
해가 쨍쨍해서 눈부시지 않으냐~고
영영이가 묻습니다
눈먼 이가 고개를 들어
영영이를 바라보며 답합니다
아빤 괜찮아 눈을 감고 있으니
비도 안 오는데 우산은 왜?
눈먼 이의 물음에
영영이가 활짝 웃으며 되물어요
아빠 내가 보여요?
내 우산도 보여요?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고
영영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우산의 노란빛이 번지듯 스며든다고
사랑하면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다고
눈먼 이가 중얼거리듯 답합니다
마음에도 눈이 있어서
마음의 눈으로는
더 깊이 볼 수 있단다~
아빠~
영영이가 맑고 환한 날에
우산을 쓰고 나온 이유가 있답니다
윤슬이 외할머니가 윤슬이에게
새 우산이랑 예쁜 비옷을 사 주셨대요
윤슬이 외할머니는 7남매의 막내라서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랐는데요
비 오는 날을 유난히 싫어하신대요
어릴 적에 언니 오빠들이
예쁘고 좋은 우산 다 쓰고 가면
못생긴 우산만 남아 그게 싫었대요
그래서 어른이 된 후에는
늘 예쁜 우산이랑 비옷을 준비한대요
윤슬이는 비도 안 오는데
예쁜 비옷 입고 새 우산 들고
외할머니 손 잡고
키다리아저씨 카페에 갔어요
외할머니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윤슬이는 기다란 투명 유리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먹는대요
과일이랑 초콜릿이 들어간
무슨 파르~ 뭐라는데
이름이 어려워서 까먹었어요
윤슬이 밀로는 사랑처럼 달콤하대요
파르페란다
기다란 유리잔에 생크림 아이스크림
과일이나 초콜릿들을 멋들어지게
겹겹이 쌓아 만드는 디저트야
완벽하다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온
파르페~
눈먼 이가 파르페라고 알려줍니다
난 처음 듣는데
아빠도 먹어봤느냐
키다리아저씨 카페에 갔었느냐
영영이가 눈을 빛내며 묻자
엄마가 먹었노라고
눈먼 이가 대답합니다
완벽한 디저트 파르페처럼
완벽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엄마가 말했었는데
영영이 넌 당연히 기억할 수 없지
그땐 키다리아저씨 카페도 없었고
너도 태어나기 전이었으니~
태어나기 전이었다는 말에
영영이가 시무룩하게 중얼거립니다
나도 외할머니가 있으면 좋겠어요
외할머니 손 잡고
키다리아저씨 카페에 가고 싶어요
거기 멋쟁이 바리스타 석이 오빠가
파르페를 엄청 예쁘고 달달하고
사랑스럽고 시원하게 만든대요
아빠 우리도 키다리아저씨 카페에 가요
그러자고 눈먼 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음에 엄마가 오면 함께 가자
세상에 완벽한 사랑은 없으나
달콤한 사랑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