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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판타지 007 초록 우편함의 기다림

빨간 우체통 아님 주의

by eunring

안녕? 난 초록 우편함이야

그리움에 눈먼 이가 영영이를 위해

결 고운 나무조각들을

단단하게 이어 만들고

부드럽고 매끈하게 잘 다듬어

봄날의 초록빛을 곱게 칠해 주었어


영원한 사랑 영영이가

영원한 이별이 아니기를~

정성 다해 나무를 다듬으며

눈먼 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또 들었어

아마 수백 번은 들었을 거야


우리 영영이

언제든 엄마가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편지를 써서

우편함에 넣으렴

엄마 얼굴을 그려도 좋아

사랑스러운 영영이의 마음이

그대로 엄마에게 전해질 거야


편지를 쓰려면

주소를 알아야 한다는

영영이의 말에 눈먼 이는

마음에는 주소가 없다고

마음이 다니는 길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주소가 없어도 된다고

영영이에게 말해주었어


엄마가 편지를 받으면

답장을 해 줄까? 묻는 영영이의 물음에

혼잣말처럼 덧붙이는 눈먼 이의

목소리가 낮고 깊고 쓸쓸했어

꿈은 꾸라고 있는 거지

꼭 이루어져야 하는데 건 아니야

반드시 이루어지는 건 더욱 아니고~


엄마에게 편지를 영영이는

초록 우편함 앞에서

멋진 오토바이를 탄 메신저

명후니 오빠만나 물었어

주소를 모르는데

울 엄마 푸른별꽃님께~

이렇게만 써도

편지가 엄마를 찾아갈까요?


어디든 누구에게든

편지를 전하고

답장을 받아올 수 있다고

명후니 오빠가 고개 끄덕여 주었어


이 오빤 말이야

날개만 없지 천사야

날개와도 같은 오토바이를 타고

기쁜 소식을 전하러 다니거든

행복한 소식도 전하고

그리운 소식도 전하지

물론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도 있지만

괜찮아 그 무엇이든 다 지나가니까


명후니 오빠가 씩 웃으며 덧붙였어

울 엄마가 그러셨단다

세상에 끝나지 않은 영화는 없다고

기쁨도 슬픔도 그리움도 안타까움도

영화가 끝나듯이 다 지나간다고


오빠도 그리운 사람이 있느냐는

영영이의 물음에 물론 있다고

명후니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어

누구에게나 그리운 사람이 있고

어디 살고 있는지 주소는 모르더라도

보고픈 마음과 그리운 마음은

바람결에 다 전해진다고


그리운 소식은 언제든

그리운 사람에게 전할 수 있으니

영영이의 편지도 엄마에게 꼭 전하고

답장도 받아오겠다고 영영이와 약속했어

손가락은 걸지 않았으나 영영이는

명후니 오빠의 약속을 믿고 있지

멋진 오빠니까

그리고 고마운 약속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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