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달콤 향기
지안이네 집에 가서 놀다 왔다며
영영이가 뭔가를 내밉니다
향기로운 튀김인데요 아빠
아카시아꽃을 튀긴 거래요
솜씨 좋은 지안이 할머니가
예쁘게 만들어 주셨어요
신기하죠 아빠
꽃송이를 튀겨 놓으니
향기롭고 아삭바삭하고 달콤해요
아까워서 먹기가 아까워요
근데요 아빠 아카시아꽃튀김은
솔솔 설탕을 뿌려 먹거나
아카시아꿀에 찍어먹으면 더 맛있대요
다음엔 아카시아꽃차랑
아카시아꽃장아찌도 만들어서
조금 나눠 주신댔어요
영영이가 내미는 아카시아꽃 튀김을
향기롭게 바사삭 한 입 먹으며
눈먼 이가 말합니다
아카시아 향기는 설렘이지
사랑의 설렘이라고
엄마가 말했거든
그런데 엄마는 아카시아꽃이랑
등꽃을 자꾸 헷갈려했단다
알알이 대롱대롱 주렁주렁
포도송이처럼 줄줄이 피어난
보랏빛 등나무꽃을 보고는
아카시아꽃이라고 말하기도 했거든
아카시아꽃은 하얗고
등나무꽃은 보랏빛이라고 말해주어도
아카시아꽃을 등나무꽃이라고
등나무꽃을 아카시아꽃이라고
엄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둘 다 향기로워서
둘 다 설렘의 꽃이라고 했지
엄마는 꽃을 좋아했지만
꽃이름은 잘 몰랐단다
나중에 아빠도 알게 되었어
아카시아도 보랏빛 꽃이 있고
등꽃도 하얀 꽃이 있다는 거
엄마가 돌아오면 함께
아카시아꽃튀김을 만들어보자고
영영이가 말합니다
그럼 엄마도
등꽃이랑 헷갈리지 않을 거라고
지안이 할머니에게 만드는 법을
찬찬히 배워오겠노라는
영영이의 말에
눈먼 이가 흐뭇하게 웃습니다
기특한 우리 영영이
점점 용용이가 되어가는구나
무엇이든 해 보려는 용기
무엇이든 배우려는 용기가 있는
용감 소녀 용용이
용용이라는 이름에
영영이가 입술을 비죽이며
고개를 가로저어요
아빠 아빠 영영이보다
용용이는 더 많이 웃겨요
용용 죽겠지~ 놀리는 것 같잖아요
윤슬이네 이솜이 언니는
이름도 보송보송 예쁜데
태명도 예쁜 사과였다는데요
나도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태명이 있었어요?
영영이의 물음에
아빠가 미안해하며 답합니다
미안해 영영아~
엄마와 아빠는 어리고
철없고 몹시 서툰 부모여서
태명을 불러주는 것도 알지 못하고
그냥 아기라고 불렀어
예쁜 아기 귀여운 아기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기
보면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기 우리 아기
아기라는 이름도 좋다며
영영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엄마 아빠가 불러준 우리 아기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름이니
그것으로 충분해요 아빠
근데 좀 슬퍼요
엄마 목소리가 기억나지 앓아요
엄마 얼굴도 떠오르지 않아요
그래서 영영이는 슬퍼요
용용이라고 불러도 우습지가 않고
그냥 슬프기만 해서
눈물이 빼꼼 날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