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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판타지 003 영영이의 울먹임

눈먼이의 딸 영영

by eunring

눈먼이의 꼬맹이딸

영영이랍니다

귀엽고 예쁜 딸내미

사랑스러운 이름자 하나씩을

사이좋게 나눠 짓기로 했는데

아빠도 영 엄마도 영

똑같이 영이라고 해서

이름이 영영이가 돠 거랍니다

물론 뜻은 서로 달랐지만요


친구들이랑 놀던 영영이가

오른쪽 팔을 축 늘어뜨리고 돌아와

맑고 동그란 눈 가득 눈물을 담고는

눈먼 이의 가슴 안에

얼굴을 파묻습니다


우리 영영이~

눈먼 이도 딸바보 아빠라서

목소리가 낮게 떨리는데요

아빠의 품 안으로 애처롭게 파고들며

작은 새처럼 영영이가 소곤댑니다


친구들이 자꾸 팔을 잡아당겨요

로봇팔도 아닌데

뚝하면 팔이 빠진다고

정말 그러는지 보자며

팔을 살짝 건드리기만 했는데

덜컥 빠져버렸다며

영영이가 울먹입니다


왜 하필 이름이 영영이냐고

애들이 놀리기도 해요

그냥 영이면 영이지

영영이가 뭐냐고~

동글동글 영영이냐고~


팔은 다시 집어넣으면 된다

아빠가 넣어줄게~

눈먼이가 살살 조심스럽게

영영이의 빠진 팔을

제자리에 넣어줍니다

괜찮다 이제 괜찮아졌다~


영영이의 오른쪽 팔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스르르 빠지는 이유를

지금은 차마 말할 수 없어서

몹시 마음이 아프고 쓰라리지만

그 이유는 한참 나중에

영영이가 더 많이 자란 후에

천천히 알려주리라 다짐합니다


그러나 이름이 왜 영영인지는

언제든 몇 번이라도

연거푸 말해줄 수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영영이를 꼬옥 끌어안아 줍니다


우리 영영이

사랑스러운 우리 딸 이름은 말이다

영원한 사랑을 담고 있는

고운 이름이란다~


영으로부터 시작했으나

영원하라고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이라고

엄마와 아빠가 함께 지은 이름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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