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이의 딸 영영
눈먼이의 꼬맹이딸
영영이랍니다
귀엽고 예쁜 딸내미
사랑스러운 이름자 하나씩을
사이좋게 나눠 짓기로 했는데
아빠도 영 엄마도 영
똑같이 영이라고 해서
이름이 영영이가 돠 거랍니다
물론 뜻은 서로 달랐지만요
친구들이랑 놀던 영영이가
오른쪽 팔을 축 늘어뜨리고 돌아와
맑고 동그란 눈 가득 눈물을 담고는
눈먼 이의 가슴 안에
얼굴을 파묻습니다
우리 영영이~
눈먼 이도 딸바보 아빠라서
목소리가 낮게 떨리는데요
아빠의 품 안으로 애처롭게 파고들며
작은 새처럼 영영이가 소곤댑니다
친구들이 자꾸 팔을 잡아당겨요
로봇팔도 아닌데
뚝하면 팔이 빠진다고
정말 그러는지 보자며
팔을 살짝 건드리기만 했는데
덜컥 빠져버렸다며
영영이가 울먹입니다
왜 하필 이름이 영영이냐고
애들이 놀리기도 해요
그냥 영이면 영이지
영영이가 뭐냐고~
동글동글 영영이냐고~
팔은 다시 집어넣으면 된다
아빠가 넣어줄게~
눈먼이가 살살 조심스럽게
영영이의 빠진 팔을
제자리에 넣어줍니다
괜찮다 이제 괜찮아졌다~
영영이의 오른쪽 팔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스르르 빠지는 이유를
지금은 차마 말할 수 없어서
몹시 마음이 아프고 쓰라리지만
그 이유는 한참 나중에
영영이가 더 많이 자란 후에
천천히 알려주리라 다짐합니다
그러나 이름이 왜 영영인지는
언제든 몇 번이라도
연거푸 말해줄 수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영영이를 꼬옥 끌어안아 줍니다
우리 영영이
사랑스러운 우리 딸 이름은 말이다
영원한 사랑을 담고 있는
고운 이름이란다~
영으로부터 시작했으나
영원하라고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이라고
엄마와 아빠가 함께 지은 이름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