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나무 한 그루
영영아~
영영이를 부르는 소리가 납니다
메신저 명후니 오빠 목소리에 이어
오토바이 소리도 나서 창밖을 내다보니
명후니 오빠가 초록우편함 앞에서
손하트 뿅뿅 날리다가
손을 흔들며 사라집니다
초록 우편함 안에서
고소한 버터 냄새가 나서
영영이가 손을 넣어봅니다
어머나 따스한 빵 봉지가 손에 잡혀요
꺼내 보니 봉지가 아니라
민들레꽃이 수놓아진 면손수건에
가지런히 곱게 싸여 있어요
아하~그랬었지
영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배시시 웃으며 중얼거립니다
명후니 오빠가 그랬어
꼭 편지 답장만 있는 건 아니야
꽃 답장도 있고 빵 답장도 있는 건데
영영이네 정원에는 이미 꽃이 한가득이니
고소한 빵 답장을 해야겠네~
빵을 만들 줄 아냐고 물으니
명후니 오빠가 잠시 망설이다가
엄마가 만드신다고 대답했어
엄마가 빵을 좋아하시거든
그래서 빵 만드는 걸 배우셨어
나랑 동생에게 빵을 만들어 주셨는데
처음엔 좀 싱겁고 밍밍하고
울퉁불퉁 못난이빵이었지
엄마가 그러셨다
처음부터 마음대로 되지 않아
시작부터 예쁘고 사랑스럽고
게다가 맛있고 멋진 빵을 기대했다면
그건 날로 먹겠다는 얍삽한 생각이지
밀가루와 물과 소금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이 빵을 만들거든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래
애쓰는 손이 필요하고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고
기울이는 마음이 필요하지~
고소한 빵을 들고
아빠에게 달려가며 소리칩니다
메신저 오빠가 놓고 간 빵 답장이야~
빵 답장이라는 말에
눈먼 이가 하하 웃으며 덧붙입니다
세상 재밌는 답장도 다 있구나
빵 답장이라니 어디 보자
크루아상이구나
영영이 엄마가 좋아하던
초승달 닮은 빵
엄마가 우주에서 바라보던
초승달을 닮았다고 좋아했지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버터 향과 버터 맛이 풍요로운
크루아상의 섬세한 결과도 같이
인생도 사랑도 그렇게 고소하고
고운 결이면 좋겠다고
엄마가 그랬었다
엄마도 빵을 좋아했느냐
엄마도 빵을 만들었느냐는
영영이의 물음에
눈먼 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엄마도 영영이처럼 빵을 좋아했지
빵 만드는 법도 배우고 싶어 했는데~
그럼 아빠
우리 정원에 빵나무를 심어요
엄마가 좋아하는 빵이 골고루
재미나게 마구마구 열리는
빵나무~
그러자
빵나무를 심자
심는다고 바로 빵이 열리진 않을 거야
빵이 열리려면 기다림이 필요하지
사랑도 그렇단다
고요한 기다림이 필요해
우리가 엄마를 기다리는
이 시간도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