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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판타지 016 사랑의 섬세함

기쁨의 빛

by eunring

아빠 고마워요

작고 예쁘고 편안한

영영이의 핑크 나무의자를

사랑으로 만들어 주서고

정성 다해 다듬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꾸우벅~


삼색버드나무 그늘 아래

엄마의 빨강 나무의자가 놓였던

엄마의 자리 바로 그 곁에

영영이의 핑크 의자를 놓아주셔서

배꼽인사로 감사드려요


아빠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엄마의 자리를 비워두고

바로 그 곁에 영영이의 자리를

만들어주신 아빠의 속마음이

그대로 손에 잡힐 듯 느껴져서

조금은 쓸쓸하기도 해요


아빠의 의자는 그리움의 의자

엄마의 의자는 사랑의 기쁨 의자인데

영영이의 핑크 의자에게는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요

곰곰 생각하다가 문득

기쁨의 빛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빠의 그리움이

엄마의 사랑을 만나 기쁨이 되고

엄마와 아빠의 만남으로

영영이는 기쁨의 빛이 되어

반짝였고 지금도 반짝이고

앞으로도 반짝일 거라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건 영영이의

작은 비밀인데요 아빠~

엄마는 별빛보다 달빛을

더 많이 좋아하셨다는데

영영이는 엄마랑 쫌 다르거든요

영영이는 은은 달빛보다

반짝 별빛을 더 좋아해요

왜냐면 그건 울 엄마가

바로 푸른별꽃님이니까요


영영이가 엄마를 기다리며

기쁨의 빛 핑크 의자에 앉을 때

입을 옷과 신발도 미리 생각하다가

핑크리본 원피스와 하얀 구두를

찾아서 꺼냈어요


영영이가 좋아하고 아끼는

핑크리본 원피스는

작년 생일에 아빠가 건네주신

생일 선물이었는데요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를 할 때

젤라 선생님이 이쁘다고 칭찬해 주셔서

신나는 기분이 남아 있는 옷이라

엄마를 기다릴 때 입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요 아빠~

핑크리본 원피스를 입고 거울을 보는데

그새 영영이의 키가 자라서

옷이 깡총 짧아졌어요

발도 그새 자랐는지

하얀 구두도 꼭 끼어 불편해서

대략 난감~


이럴 때 필요한 엄마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

예쁜 옷을 입을 때도 필요한 엄마

그런데 곁에 없는 엄마

그래서 기다려야 하는 엄마~


핑크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

언젠가 기쁨의 빚을 안고 오실

엄마 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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