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이도 금사빠
화안하고 화사하게
눈이 부셔요
장미가 눈부시게 예뻐서
영영이는 장미와 사랑에 빠질 것 같아요
아빠 우리 활짝 핀 장미꽃 앞에서
함께 사진 찍어요
나중에 엄마에게
지금 이 순간의 눈부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예쁜 장미랑 사랑스러운 영영이
그리고 아빠의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저장하기로 해요
지금 아빠가 앉아계신
그리움의 의자를 살짝 옮기면
바로 장미꽃 앞이거든요
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영영이가 셀카모드로 찍을게요
그런데요 아빠
엄마 사진은 왜 없어요?
엄마가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데
왜 그랬을까요?
엄마가 꽃이어서
엄마가 꽃보다 더 고와서
괜히 꽃들에게 미안해서~
동문서답 같은 아빠의 대답 끝에는
늘 투명한 이슬방울 톡톡
서글픔이 묻어 있어요
이럴 때 은서랑 아인이처럼
키 크고 예쁘고 멋진
모델 할머니가 있으면 좋겠어요
할머니랑 아빠 그리고 영영이
셋이 함께 찍으면 엄마의 빈자리가
반쯤은 채워질 테니까요
윤슬이랑 이솜 언니처럼
외할머니가 있으면 또 얼마나 좋을까요
윤슬이가 엄마를 똑 닮고
윤슬이 닮은 윤슬이 엄마가
윤슬이 외할머니를 닮은 것처럼
울 엄마도 외할머니를 닮았을 테니
외할머니랑 함께 찍으면
지금 내 곁에 없는
그리운 엄마의 빈자리가
다정하게 다독여질 것 같아요
서연이도 외할머니가 있고
해솔이도 외할머니가 있는데
아빠 난 왜 외할머니가 없어요
엄마의 엄마는 어디 계세요
난 외할머니가 안 계신다고
금사빠 바람이 말해줬어요
말할 수 없는 비밀이지만
아주 조금만 미리 보기로 말하자면
엄마는 날아온 엄마래요
저기 저 멀고도 낯선 곳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엄마라서
외할머니랑 함께 올 수 없었다고
바람이 말해줬어요
회오리바람에 실려
오즈의 나라로 간 도로시처럼
엄마도 바람을 타고 날아온 거라고
회오리바람이 아닌
금사빠 바람을 타고 날아와서
금방 아빠랑 사랑에 빠졌다고
금사빠 바람이 말했거든요
바람의 말대로라면
울 엄마도 금사빠 엄마인 거고
금사빠 엄마의 딸인 나도
금사빠 영영이가 되는 거예요
금사빠 바람이 그랬어요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걸
애써 굳게 믿는대요
아빠가 영원한 사랑을 믿고
엄마가 돌아올 거라고 믿는 것처럼요
그런데요 아빠
진실과 믿음은 다른 거래요
믿고 있는 것이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일 수도 있는 거래요
아빠의 믿음이 진실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금사빠 바람을 타고 왔다가
소용돌이 바람과 함께 떠난 엄마가
바람을 타고 다시 우리 곁으로
아빠와 영영이 곁으로
꼭 돌아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