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선물
영영이는 깡충하니
어중간하게 종아리가 드러나는
짧은 핑크리본 원피스를 입고
젤라 선생님에게 달려갑니다
가는 길에 은서와 아인이를 만났어요
은서와 아인이는 손을 꼭 잡고
할머니 집에 가는 중이래요
모델처럼 미인이신 할머니가
요즘 좀 아프시답니다
그래도 할머니가 계시니
얼마나 좋으냐고 영영이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덧붙입니다
동생 아인이랑 함께 도란도란
손 잡고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할머니가 웃으며 두 팔 활짝 펴고
반겨주실 테니 그 얼마나 좋아
선물 같은 너희들을 보고
할머닌 금방 나으실 거야~
응~
은서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 강아지들이라며 안아주셔
울 할머니는 우리만 보면
아픈 데가 거짓말처럼 나으신대
우리가 선물이고 보약이라셔~
은서와 헤어져 돌아서며
영영이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강아지도 아닌데 강이지라고?
빈손으로 가는데 선물이라고?
보약 같은 친구도 아닌데
보약이라고?
젤라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영영이는 묻습니다
선생님 치마가
저절로 짧아지기도 해요?
신발이 저 혼자 작아지기도 해요?
영영이의 물음에
젤라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십니다
치마가 저절로 짧아지고
신발이 저 혼자 작아지다니~
저는요~
은서와 아인이가
할머니의 선물이듯이
엄마의 예쁜 선물이 되고 싶거든요
영롱하게 반짝이는 기쁨의 빛으로
그리운 엄마를 기다리고 싶은데
치마 길이가 너무 짧아졌어요
영영이의 하소연에
젤라 선생님이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으십니다
영영아~
치마가 짧아진 게 아니라
영영이의 키가 그만큼 자란 거야
키가 자란 만큼 마음도 쑥 자란 거야
그리고 영영이는 이미
엄마에게 기쁨의 선물이란다
엄마 뱃속에서 꼼지락거릴 때도
응애 소리치며 태어날 때도
눈부신 기쁨의 빛이었거든
젤라 선생님이 영영이를
다정하게 안아주십니다
작년엔 영영이 옷이 좀 길어서
치마가 발에 밟히는 바람에
하마터면 계단에서 넘어질 뻔했잖아
그래서 선생님이
레이스 단을 살짝 줄여주었지
안으로 줄였던 레이스 단을 풀면
이제 영영이에게 딱 맞춤이야
발목에 찰랑찰랑 아주 예쁠 거고
영영이는 엄마에게 찰랑이는
기쁨의 빛으로
사랑스럽게 빛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