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18 기쁨의 선물

사랑의 선물

by eunring

영영이는 깡충하니

어중간하게 종아리가 드러나는

짧은 핑크리본 원피스를 입고

젤라 선생님에게 달려갑니다


가는 길에 은서와 아인이를 만났어요

은서와 아인이는 손을 꼭 잡고

할머니 집에 가는 중이래요

모델처럼 미인이신 할머니가

요즘 좀 아프시답니다


그래도 할머니가 계시니

얼마나 좋으냐고 영영이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덧붙입니다

동생 아인이랑 함께 도란도란

손 잡고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할머니가 웃으며 팔 활짝 펴고

반겨주실 테니 그 얼마나 좋아

선물 같은 너희들을 보고

할머닌 금방 나으실 거야~


응~

은서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 강아지들이라며 안아주셔

울 할머니는 우리만 보면

아픈 데가 거짓말처럼 나으신대

우리가 선물이고 보약이라셔~


은서와 헤어져 돌아서며

영영이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강아지도 아닌데 강이지라고?

빈손으로 가는데 선물이라고?

보약 같은 친구도 아닌데

보약이라고?


젤라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영영이는 묻습니다

선생님 치마가

저절로 짧아지기도 해요?

신발이 저 혼자 작아지기도 해요?


영영이의 물음에

젤라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십니다

치마가 저절로 짧아지고

신발이 저 혼자 작아지다니~


저는요~

은서와 아인이가

할머니의 선물이듯이

엄마의 예쁜 선물이 되고 싶거든요

영롱하게 반짝이는 기쁨의 빛으로

그리운 엄마를 기다리고 싶은데

치마 길이가 너무 짧아졌어요


영영이의 하소연에

젤라 선생님이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으십니다


영영아~

치마가 짧아진 게 아니라

영영이의 키가 그만큼 자란 거야

키가 자란 만큼 마음도 쑥 자란 거야

그리고 영영이는 이미

엄마에게 기쁨의 선물이란다

엄마 뱃속에서 꼼지락거릴 때도

응애 소리치며 태어날 때도

눈부신 기쁨의 빛이었거든


젤라 선생님이 영영이를

다정하게 안아주십니다

작년엔 영영이 옷이 좀 길어서

치마가 발에 밟히는 바람에

하마터면 계단에서 넘어질 뻔했잖아

그래서 선생님이

레이스 단을 살짝 줄여주었지


안으로 줄였던 레이스 단을 풀면

이제 영영이에게 딱 맞춤이야

발목에 찰랑찰랑 아주 예쁠 거고

영영이는 엄마에게 찰랑이는

기쁨의 빛으로

사랑스럽게 빛날 거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 뼘 판타지 017 사랑의 눈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