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나무 한 그루
아아~
영영이가 소리칩니다
아빠 아아 드세요~
차가운 아이스커피 한 잔을
눈먼 이에게 내밀며
영영이가 종알종알~
아빠 아빠 보세요
투명 얼음 알갱이들이 참 예뻐요
요 앞에서 바리스타 석이 오빠의 엄마
연분홍 아줌마를 만났거든요
심심하면 아줌마랑 카페 가서
시원하게 놀자고 내미시는 손
덥석 잡고 따라갔더니
석이 오빠가 멋지게
파르페를 만들어 주었어요
엄마가 마셨던 파르페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퐁그르르 샘솟았어요
파르페를 천천히 아껴 먹는 동안
연분홍 아줌마는 석이 오빠에게
라떼아트를 배우셨는데요
에스프레소 위에 거품 우유로
하트나 잎사귀를 그려내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대요
에이~ 엄마 그게 뭐예요
하트가 뭉그러졌잖아요
석이 오빠가 하하 웃자
뭉그러져도 하트는 하트라며
연분홍 아줌마도 호호 웃으셨어요
연분홍 아줌마랑 석이 오빠가
서로를 위해 가르쳐주고 배우는 모습이
티격태격 알콩달콩 티키타카
참 정겹고 행복해 보였어요
다정한 행복이 퐁퐁퐁~
나도 라떼아트를 배우고 싶어요
예쁘게 하트를 만들어서
나중에 엄마에게 드리고 싶어요
엄마는 예쁜 잔을 두 손으로 모아 쥐고
커피 마시기를 좋아했다고
아빠가 그러셨잖아요
그러니까 아빠
우리 정원 장미나무들 옆에
예쁜 찻잔나무도 한 그루 심어서
돌아오는 엄마를 환영하키로 해요
어머나 어떡해요
얼음이 녹고 있어요
얼음이 녹으면 커피가 싱거워진대요
연분홍 아줌마가 라떼아트는 서툴지만
얼음 동동 아아 한 잔은 선수처럼 만든다고
으쓱대며 만들어 주셨어요
참 고마운 아줌마에게
배꼽인사로 감사하다고 했는데요
저는 아직 만들 줄 아는 게 없으니
정원에 핀 장미라도 한 송이 드릴까요
그렇게 종알대는 영영이를
기특하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아이스커피를 쪼로록 한 모금 마시고
눈먼 이가 말합니다
예쁜 장미 한 송이에 손 편지는 어떨까
영영이의 또박 글씨로 감사하다고 쓰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선물이 될 거야~
눈먼 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또박또박 연필 글씨로
영영이가 편지를 씁니다
예쁘고 달콤한 파르페 만들어 주신
바리스타 석이 오빠 감사해요
시원한 아이스커피 만들어 주신
연분홍 아줌마 고맙고 사랑합니다
손글씨로 쓰면 고마움이 더 깊어질 거라고
아빠가 말씀해 주셨어요
다음엔 꼭 울 엄마랑 함께 갈게요
석이 오빠는 그 손 편지를
포스기 옆에 붙여두고
볼 때마다 빙긋 웃을지도 몰라요
나중에 커서 뭐가 될래
아빠가 물으실 때마다
엄마가 될래요 대답했잖아요
윤슬이 엄마처럼
멋진 경찰이 될 거라고도 했잖아요
경찰이 되어서 엄마를 찾고 싶었거든요
그런데요 아빠
또 되고 싶은 게 생겼어요
석이 오빠처럼 바리스타가 되어서
엄마가 돌아오면 사랑스러운 커피잔에
하트가 그려진 커피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석이 오빠에게 배우고 싶지만
커피 내리느라 바쁘니까
연분홍 아줌마에게 배울래요
연분홍 아줌마는 석이 오빠에게 배우고
또 나는 연분홍 아줌마에게 배우면
재밌을 것 같아요 그죠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