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노랑 낮달맞이꽃
노랑노랑 해맑은 낮달맞이꽃이
우리 영영이를 닮았구나~
눈먼 이가 딸에게 말했어요
달맞이꽃은 해가 저물 무렵 피어나
떠오르는 달님을 마중하는 꽃이란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낮에도
활짝 핀 달맞이꽃이 보고 싶었어
낮달맞이꽃은 그런 소원을 안고
태어난 꽃이란다~
아빠의 말씀을 떠올리며
영영이가 노랑노랑
낮달맞이꽃을 바라보며 서성이는데
다가오는 낮은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영영이 옆에서 멈추고
다정한 목소리가 다가섭니다
영영이 닮은 예쁜 꽃이네~
영영이가 돌아보자
하얀꽃처럼 해맑은 이가
곱게 웃으며 덧붙입니다
나를 기억할지 모르겠구나
영영이 애기 때 가끔 들렀는데
황금낮달맞이꽃이 활짝 피었다기에
꽃도 보고 영영이도 보려고 왔지
그새 영영이가 이렇게 자랐구나
길에서 마주쳤으면 몰라보겠네
저를 아세요? 영영이가 묻자
그럼 알고 말고~
하얀꽃처럼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영영이도 알고
영영이 아빠도 알지
그리고 영영이 엄마도 알아
울 엄마를 아세요?
영영이가 반짝
눈을 빛내며 묻습니다
울 엄마 푸른별꽃님을
본 적 있어요?
그럼 바로 여기 이 자리
해맑고 눈부시게 피어난
황금낮달맞이꽃 앞에서
영영이 엄마 푸른별꽃님을 처음 만났지
저기 저쪽에는 지금처럼 오순도순
분홍낮달맞이꽃이 피어있었거든
노랑과 분홍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그리고 영영이 엄마가
내 곁으로 왔어
처음이에요~
영영이가 하얀꽃님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며 말합니다
울 엄마를 아는 사람은
금사빠 바람뿐인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 있느냐고
하얀꽃님이 말합니다
이 정원의 모든 것들이
영영이 엄마 푸른별꽃님을 알고
그리고 기억하지
울 엄마랑 친했어요?
기억을 더듬는 듯한 하얀꽃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영영이가 묻습니다
울 엄마를 알고 친하게 지냈고
지금도 기억한다면
그럼 하얀꽃 이모라고 불러도 돼요?
그래 그렇게 부르렴
영영이의 이모가 되어 줄게
영영이 엄마도 아마 바라실 거야
하얀꽃님이 곱게 웃으며
영영이에게 손을 내밉니다
영영이 엄마와 난
전생에 자매였을 거라고
지금도 생각하거든
알고 지낸 시간은 짧았지만
정이 깊었어
영영이는 낮달맞이꽃
꽃말을 아니?
무언의 사랑이고
보이지 않는 사랑이란다
사랑의 기쁨이기도 해
낮에 피어나 해님과 놀다가
초저녁 달을 맞이하는 꽃이지
영영이 엄마는 말없이
영영이 곁을 지키며
보이지 않으나 햇살처럼
깊고 따사롭고 눈부신 사랑으로
영영이를 안아 주고 있는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