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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판타지 010 사랑의 안타까움

네 잎 클로버의 행운

by eunring

눈먼이가 영영이를

다정히 안아주며 달랩니다

아빠에게는 영영이만 있어도

온 세상이 가득한데

영영이는 아닌가 보구나~


눈먼이는 마음 깊이

애틋하고 안타까워요

영영이가 친구들 이야기를 하며

부러워하기 때문입니다


다예가 부러워요

귀여운 우빈이랑 우현이

개구쟁이 동생들이 있어서

날마다 심심하지 않대요

다예 누나라고 으쓱으쓱~


윤슬이도 부러워요

이쁜 이솜이 언니가 있어서

사이좋게 공주놀이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며 재미나게 논다고

어깨를 우쭐우쭐~


지윤이도 부러워요

여행을 좋아하는 샤랄라 할머니랑

여기저기 신나는 여행을 하고

네 컷 사진도 재미나게 찍는다며

하하 호호 까르르~


도아랑 도윤이도 부러워요

도아 할머니는 낭랑한 목소리로

재미냐 동화책을 읽어주신대요

해님달님 이야기도 해 주시고

떡볶이도 맛나게 해 주신다고

엄지 척 할머니래요


로이가 부러워요

로이는 진주 할머니랑 함께

행운을 찾아 모으듯이

네 잎 클로버를 찾는대요

진주 할머니가 네 잎 클로버를

엄청 많이 찾아주셨다고

행운 할머니래요


난 없어요

예쁜 언니도 없고

귀여운 동생도 없고

사랑스러운 동생을 낳아줄

엄마도 곁에 없어요

엄마 대신 나를 보살펴줄

다정한 할머니도 없어요

나는요 아빠

없는 게 너무 많아요


그러나 영영아~

눈먼 이가 영영이를 다독입니다


사랑하는 내 딸 영영아~

우리 영영이에게는 안타깝게도

없는 게 너무 많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빠가 있잖니

맑고 환한 눈으로 영영이를

웃으며 바라볼 수는 없으나

마음의 깊은 눈으로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지그시 바라보는 아빠가 있잖니


부족하고 부실한 아빠라서

함께 네 잎 클로버를 찾을 순 없지만

아빠에게 영영이가 있고

영영이에게 아빠가 있다는 건

서로에게 행운이야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건

네 잎 클로버 같은 행운인 거야


그런데요 아빠

영영이가 낮은 목소로 중얼거립니다


로이네 진주 할머니 말씀이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고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이래요

두 잎 클로버 얘기는 어디에도 없대요


그런데 우리 가족은

아빠와 나 둘 뿐이라서

두 잎 클로버인 거잖아요

엄마가 곁에 있으면

행복한 세 잎 클로버가 될 수 있고

귀여운 동생이 있으면

행운의 네 잎 클로버가 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냥 두 잎 클로버인 거잖아요


풀밭을 뒤적이며 아무리 찾아보아도

세 잎 클로버가 대부분이고

네 잎 클로버는 행운처럼 찾을 수 있지만

우리처럼 아빠랑 딸 두 잎 클로버는

찾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쓸쓸해요

두 잎 클로버는 아마도

또르르 두 방울 눈물 같은

슬픔인가 봐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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