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17 깨알글씨가 그립다

깨알글씨 청춘일기

by eunring

안경 바꿀 때가 되었나 보다

엊그제까지 보이던 글자들이 애매해진다

서랍에 고이 남아 있는 조그만 수첩을

새삼 꺼내 들고 들여다본다


수첩이 무슨 볶음깨통도 아닌데

그 안에 적힌 글자들이 완전 깨알들이다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가 아니라 깨알들이다

톡톡대는 깨톡방이다

그것도 와글와글 단톡방


깨알글씨로 톡톡거리는 수첩 옆에

네모난 편지 한 통이 있다

역시나 깨알글씨 가지런한 손편지다

서도령이 춘향이에게 보낸 연서냐고?

놉~!!


언제였던가

수원비행장에서 복무하던 도령이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채워 보내준

청춘의 진심 편지를

지금은 아른거려 읽지 못한다

안경을 바꾼 후에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러나 도령의 진심은

반듯하고 가지런한 깨알글씨에

청춘의 푸른 향기처럼 그대로 묻어난다

미래에 대한 불안한 설렘과

불확실하지만 희망찬 계획이

나란히 담겨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청춘의 고민과 방황을 거쳐

재미난 어느 티비 프로그램의

애기 PD가 되었다는 서도령

청춘의 푸르른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인생의 단짠신쓴맛에 매운맛까지

골고루 치열하게 맛보고 있을

서도령에게 간단 답장을 써 본다


애기 PD 서도령~

네가 밤새워 편집한다는

프로그램 재미나게 보고 있어

지금도 여전하거나

역할이 달라졌겠지만

인생의 첫맛이

달달한 꿀맛이 아님은 분명하지?

그래도 언제 어디서든

힘찬 미소 잃지 않기를


나중 나중에 깨알글씨 그리워질 때

두고두고 꺼내볼 눈부신 청춘일기

지금 아니면 언제 써 보겠니?

넘어지고 깨지고 주저앉았다가

또다시 힘차게 일어나며

씩씩하게 지내기 바란다

청춘의 아픈 상처까지도

사랑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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