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18 엄마의 초록 나들이

에스텔 덕분이야

by eunring

엄마의 걷기 운동을 위해

미사리 경정장에 가기로 한 것은

조카 에스텔 덕분이었다

엄마의 최애 손녀인 에스텔이

쉬는 날 늦잠과 휴식도 반납하고 선뜻

지하철을 타고 날아와 주었다


허리 시술하시고 퇴원 후

몸도 묵직 마음도 울적하신 엄마에게

손녀 에스텔은 비타민이고 영양제와도 같다

엄마의 최애 손녀인 에스텔과 함께라

엄마의 기분도 한결 가벼워지셨다


생기를 되찾으신 엄마에게 물었다

에스텔을 왜 그리 좋아하냐고

엄마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말이 통해서~

엄마의 경쾌한 답이 내 귀에는

쓸쓸하게 들려왔다


에스텔을 바라보며 엄마는

에스텔 엄마인

둘째 딸을 함께 바라보시는 것이다

일찍 하늘 여행을 떠나

이제는 볼 수 없는 둘째 딸을

손녀 에스텔을 통해 만나고 계신 것이다


에스텔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답하시는 엄마 목소리에서

싱그러운 초록빛 향내가 났다

예쁘다고 에스텔의 어깨를 다독이시는

엄마의 눈빛에 그리움이 여울지고

둘째 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미사리 경정장의 초록나무

초록 잔디와 살랑이는 초록바람 속에서

엄마도 오랜만에 밝은 초록으로 물드셨다


엄마가 기분 좋으실 때 외우시는

하늘땅 꽃새가 절로 흘러나왔다

하늘이 높으매 날과 달이 밝고

땅이 두터우매 풀과 나무가 자라고

꽃이 웃어도 소리 듣기 어렵고

새가 울어도 눈물 보기 어렵다~


어릴 적 엄마가 외할아버지께

배우셨다는 시인지 노래인지

하늘땅 꽃새의 구절들이

구구절절 옳고 또 옳다


하늘은 파랗게 높고

땅은 초록으로 싱그럽고

난쟁이 해바라기 꽃들이 줄지어 웃고 있는데

노랑꽃들의 웃음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새들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날아가면서도

시시한 눈물 따위 보이지 않는

맑고 푸른 여름날


엄마의 나들이는

해맑은 초록으로 눈부셨다

엄마 말씀대로 말이 통하는

에스텔 덕분이다

에스텔의 얼굴에 웃으며 살아 있는

에스텔 엄마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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