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 할머니의 혼잣말
무정한 세월
그러나 피어나는 꽃은
세월을 탓하지 않아
지는 꽃도 무심한 바람을
결코 탓하지 않지
내겐 늘 무심한 세월이었어
내가 사는 곳에서는
하루가 아주 느릿느릿
지루할 만큼 천천히 머물렀으니
무정한 세월이라기보다는
무심한 시간이었거든
이젠 아니야
무심히 흘러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마구 내달리는 시간이어서
손 내밀어 붙잡고 싶어지는
무정한 세월임을 알게 되었어
영영이 핑디 덕분이야
빛의 문을 지나
투덜이 바람의 등에 업혀
바람의 길을 날아오는 동안
시간은 빛보다 빠르게
반짝이며 불타올랐지
푸른 별 지구에 오니
시간이 후드득 빗줄기처럼
내 곁을 스치고 지나
이제 곧 떠나야 할 시간이야
사랑하는 핑디야
폭우처럼 무정하고
폭설처럼 무심한 시간 속에서도
우리 영영이 핑디
날마다 기쁘고 즐겁게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하루의 문을 열고 닫기를 바란다
함께 나란히 행복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으나
어딘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행복하면 그 또한 좋으리니~
바라보는 방향이 같으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어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영영이 핑디에게도
반드시 기회가 올 거야
빛의 문을 지나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야 한다
이 할미도
굳은 다짐과 결심으로
낯설고 먼 길을 나섰단다
바라는 건 다만 하나 영영이
나만의 영영이 핑디를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이었어
계속 함께 할 수 없으니
헤어지기 위해 온 길일 수도 있지
다시 돌아가는 길도
결코 녹록지 않을 테지만
후회하지 않아
한 번뿐인 기회를
제대로 누리고 가는 거니까
짧은 시간이었으나 다정하고
따사롭고 행복한 기억을 안고 가는
이 또한 행운이니까
메신저 명후니 오빠에게
작은 선물을 맡겨둘게
영영이 핑디의 초록 우편함에
며칠에 한 번씩 배달될 거야
엄마의 편지~
네가 자라는 걸
곁에서 지켜볼 수 없어서 애틋하고
그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함께 하지 못해
늘 애타던 엄마의 마음이
초록 우편함에 담겨
영영이 핑디를 기다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