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56 무정한 세월

영롱 할머니의 혼잣말

by eunring

무정한 세월

그러나 피어나는 꽃은

세월을 탓하지 않아

지는 꽃도 무심한 바람을

결코 탓하지 않지


내겐 늘 무심한 세월이었어

내가 사는 곳에서는

하루가 아주 느릿느릿

지루할 만큼 천천히 머물렀으니

무정한 세월이라기보다는

무심한 시간이었거든


이젠 아니야

무심히 흘러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마구 내달리는 시간이어서

손 내밀어 붙잡고 싶어지는

무정한 세월임을 알게 되었어

영영이 핑디 덕분이야


빛의 문을 지나

투덜이 바람의 등에 업혀

바람의 길을 날아오는 동안

시간은 빛보다 빠르게

반짝이며 불타올랐지


푸른 별 지구에 오니

시간이 후드득 빗줄기처럼

내 곁을 스치고 지나

이제 곧 떠나야 할 시간이야


사랑하는 핑디야

폭우처럼 무정하고

폭설처럼 무심한 시간 속에서도

우리 영영이 핑디

날마다 기쁘고 즐겁게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하루의 문을 열고 닫기를 바란다


함께 나란히 행복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으나

어딘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행복하면 그 또한 좋으리니~


바라보는 방향이 같으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어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영영이 핑디에게도

반드시 기회가 올 거야


빛의 문을 지나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야 한다


이 할미도

굳은 다짐과 결심으로

낯설고 먼 길을 나섰단다

바라는 건 다만 하나 영영이

나만의 영영이 핑디를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이었어


계속 함께 할 수 없으니

헤어지기 위해 온 길일 수도 있지

다시 돌아가는 길도

결코 녹록지 않을 테지만

후회하지 않아


한 번뿐인 기회를

제대로 누리고 가는 거니까

짧은 시간이었으나 다정하고

따사롭고 행복한 기억을 안고 가는

이 또한 행운이니까


메신저 명후니 오빠에게

작은 선물을 맡겨둘게

영영이 핑디의 초록 우편함에

며칠에 한 번씩 배달될 거야

엄마의 편지~


네가 자라는 걸

곁에서 지켜볼 수 없어서 애틋하고

그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함께 하지 못해

늘 애타던 엄마의 마음이

초록 우편함에 담겨

영영이 핑디를 기다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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