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영영이에게
그동안 행복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기쁨의 순간들이 알알이 눈부셨다
그만큼의 기쁨과 행복을 얻기 위해
내놓아야 하는 것들이 많았으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얻는 만큼 잃는 법이니~
미안하구나 영영아
나만의 영영이 핑디~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
영영이 핑디가 사는 별에서
더 머무르지 못하고
이제 그만 떠날 때가 되었어
겨울이 오면
새하얀 설렘과도 같은
송이송이 첫눈이 내린다는데
머리 위로 내려앉는 첫눈송이가
꽃송이보다 곱고 예쁘고
영영이만큼이나 사랑스럽다는데~
보송한 첫눈 흩날리는
바로 그 설렘과 기쁨의 순간
영영이 핑디의 손을 꼭 잡고
아름답고 몽환적인 눈송이를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때까지
이 할미는 기다릴 수가 없게 되었어
첫눈이 내릴 무렵까지
영영이 핑디 곁에
머무를 수가 없게 되었어
생각보다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시간이 흘러
예상하고 준비했던 것보다
더 심하고 빠른 노화의 물살에
이 할미는 휩싸이게 되었단다
며칠 사이 은발이 되어
지팡이에 의지해 걷다가
보행보조기 신세를 지게 되고
이제는 휠체어를 탈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주르륵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더는 버틸 힘이 없구나
강가햇살공원 햇살 눈부신
앵두나무 아래 피아노 의자에
더는 반듯하게 앉을 수가 없다
두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경쾌하게 두드릴 수도 없게 되었다
영영이 핑디 너와 함께
꽃보다 고운 첫눈을 보지 못하고
꽃길보다 예쁜 눈길을 걷지 못하지만
두고두고 잊지 않을게
너와 함께 한 사랑스러운 날들의
햇살 눈부신 기쁨은 남은 내 삶의
추억의 별이 되어 반짝일 거야
첫눈 대신 사랑을 안고 간다
설렘의 눈길 대신 애틋한
추억의 징검다리를 밟으며
다시 나의 자리 우리의 별로 돌아간다
너를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아쉽지만 웃으며 안녕~
네가 바라보는 곳 어딘가에
이 할미는 웃으며 앉아 있을 거야
피아노 의자에 앉아
빗방울전주곡을 두드릴 거야
가만 눈을 감으면
빗방울 톡톡 떨어지는 소리가
영롱하게 울려 퍼질 거야
영영이 핑디가
핑크 의자에 앉아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저무는 햇살 속에도 내가 있고
연한 꽃물 드는 저녁하늘에도
내가 건네는 미소가 스밀 거야
우리들의 그리움이
고운 저녁놀빛으로 묻어나
영영이 핑디와 이 할미를
잔잔히 이어 줄 테니
아쉬움 접으며 안녕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