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2 수국의 진심

비가 오면 수국이 핀다

by eunring

비가 오니 수국이 핀다

아니다 수국이 피어나니 비가 온다

문 앞에서 나를 반기는 수국을

오고 가며 들여다본다

내 발자국 소리를

수국은 기억할 것이다


비가 오니 수국이 변한다

변하는 것이 어디 사랑뿐이랴

오고 가며 들여다볼 때마다

수국의 색깔이 변한다

연분홍이었다가 분홍이 되고

진분홍이 되었다가 보라가 된다


빗방울 스치니 수국이 웃는다

눈부신 햇살 아래

나른하게 졸고 있던 수국이

하늘빛에서 청색으로

청색이다가 청보라로 진해진다

물을 좋아하는 수국은 비의 꽃이다

빗물 머금으며 뽀샤시 진해진다


비의 꽃 수국이 변하듯

그렇게 사랑도 변하고

빗방울 소리에 수국이 진해지듯

사랑도 진해지고 깊어지는 것일까


수국에게 묻는다

변하는 것이 마음인지

진해지고 깊어지는 것이 사랑인지

수국의 꽃말에는 변심도 있고

진심도 있으니 그 속을 모르겠다


수국이 웃는다

대답 대신 촉촉하게

빗물 머금은 눈으로 싱긋 웃는다

수국이 고개 숙이며 웃는다

대답 대신 비의 꽃처럼 웃는다


사랑이 변하면 어떠랴

사랑이 진해지면 또 어떠랴

비가 오니 수국이 피어나면 어떻고

수국이 피어나서 비가 오면 또 어떠리

비의 꽃 수국이 사랑으로 저리 고우니

변심이든 진심이든

그것으로 되었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니

수국의 변심이 진심인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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