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61 초록 그늘 아래 커피 한 잔
컵라면 후 커피 타임
조카들이 왔는데
집은 답답하고 카페는 조심스럽고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사방이 훤하게 탁 트인
공원 나들이를 하기로 합니다
공원 입구에서 발열체크도 하고
공원 내부가 워낙 넓은 데다가
호수도 있어 눈이 시원시원
사람들과 두 팔 간격 거리 두기도
충분히 가능하니 안심이 되고요
답답한 마음 가득 햇살 안고 밀려드는
파란 하늘에는 뭉게구름 보송보송
산책길에는 나무들이 싱그럽고
파릇파릇 잔디에 기분도 상큼합니다
공원 나들이에는 김밥이고
김밥 짝꿍은 컵라면이죠
컵라면 후에는 커피 한 잔이 필수인
김밥과 컵라면에 커피 나들이가
제법 여유롭고 즐거운데요
화려한 여름꽃들도 활짝 피어
나들이의 흥취를 더해줍니다
장마 전에 보았던 해바라기 밭은
길고 긴 장맛비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새까맣게 쑥대밭이 되어버렸어요
조카들 말로는
해바라기가 화형을 당했답니다
축 늘어진 모습들이 불에 그을린 듯
온통 새까만 얼굴이 되어 버렸으니
길고 긴 장마의 위력이 대단했네요
커피콩 볶듯이 해바라기를 달달 볶아놨어요
노랑노랑 눈부신 해바라기 밭을
기대했던 마음은 휑하니 빈 채로
안타까움과 씁쓸함만 가득했으나
꽃도 그렇고 인생도 그러하니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우두커니 바라볼 밖에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초록은 더욱 무성하고
검은 해바라기를 대신하는
붉디붉은 꽃송이들이 소담스럽게
금빛 햇살 받아 안으며 해맑게 웃어주어서
컵라면 후 커피타임이 향기롭습니다
하나가 가고 나면
뒤를 이어 하나가 오는 것이라
인생의 쓸쓸함 뒤에는 소소한 반가움도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으려니 생각하며
호로록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초록 그늘이 잔잔히 드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