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56 갖고 싶은 다락방

다락방 인테리어

by eunring

어릴 적 살던 집에는

안방에 벽장이라는 게 있었다

아랫목 벽에 문고리가 대롱거리는

두 개의 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서너 개의 얄팍한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딛고 올라서면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이 쌓여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있었다

다락방이었다


동생들이랑 숨바꼭질할 때

숨어 있기 좋은 공간이기도 했다

물건 사이로 빈 공간이 있어서

꽁꽁 숨기 좋았다


거기 숨었다가 깜박 잠이 들면

어느새 어둑한 저녁이 되어

밥 먹으라고 나를 찾는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혼자 키득거리며 웃기도 했으나

금방 들통이 났다


소녀시절에는 다락방에 엎드려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여름이면 손바닥만 한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시원했고

겨울이면 바로 아래 부엌에서 올라오는

훈김으로 따스하고 안락했다


혼자 숨어들어 책 읽기 좋은

다락방을 어른이 된 후에도 갖고 싶었다

거실 천정에서 사다리를 끌어내려

올라갈 수 있는 다락방이 있는

지인의 집에 갔을 때

넓은 정원도 멋진 가구도

고급진 인테리어도 부럽지 않고

딱 하나 다락방이 부러웠다


나에게 다락방이 생긴다면

천정 창문이 통유리였으면 좋겠다

밤이면 별빛이 도란도란 내려오고

비가 오는 날은 빗소리가 쏟아지고

바람 부는 날은

바람이 잔잔히 머물렀으면 좋겠다


봄이면 벚꽃잎이 하늘하늘 내려앉고

여름이면 초록 잎새들이 나풀대고

가을이면 아기 단풍잎이 창문을 두드리고

겨울이면 소복소복 눈이 쌓이는

투명창이었으면 좋겠다


다락방 인테리어는

최소한으로 해야겠다

낮잠을 잘 수 있는

폭신한 긴 의자 하나

오도카니 앉아

나른한 상상에 빠질 수 있는

조그만 나무의자 하나면 충분하다


상상하며 놀기에는

다락방만 한 공간이 없으니

현실의 집에 없다면

마음의 집에라도

다락방 하나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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