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62 멜랑꼴리
멜랑꼴리한 기억 하나
오늘 같은 날씨
참 멜랑꼬리하다
내 친구 멜라니아랑 함께 듣던
멜라니 사프카의 음색을 닮았다
같은 멜씨 성을 가졌으나
내 친구 멜라니아는
멜랑꼴리하지 않다
그녀는 텅 비어서 오히려 편안하다
동생 그라시아가 오랜만에 만난
그녀를 보고 저 근자감은
대제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물은 적이 있다
젊지도 예쁘지도 않은데 당당하다고
명품 하나 없이 소박하고 단순한데
자신감 있고 분명하다고
그녀 자신이 명품인데
또 다른 명품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 대신 나는 웃고 말았다
그녀의 명품은 바로 자존감이라고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다시 멜랑꼴리로 돌아온다
나는 멜랑꼴리가 프랑스어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다
왜 하필 멜랑꼴리를 불어라고 생각했을까
기억의 오류가 어이없다
아마도 불어에 대한
멜랑꼴리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영어 울렁증으로
영어는 일찌감치 포기했으나
제2 외국어인 불어는 신선했다
발음을 굴려서 내는 연습이 재미나기도 했다
처음 만난 멋진 제2 외국어
그래서 열심히 했건만
지금 남은 건 몇 개의 단어와
단어에 여성 남성 성별이 있다는 것과
멜랑꼴리를 불어로 착각하게 만든
멜랑꼴리한 기억이 있을 뿐이다
그 멜랑꼴리한 기억을 읊기에는
날씨가 너무 멜랑꼴리해서
슬며시 그냥 덮기로 한다
때로
들춰내지 않고
덮어서 나은 기억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