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09 삶은 계란 나들이

삶은 달걀 레시피

by eunring

1일 1 달걀이라

살림 마트에 달걀을 사러 갔더니

한가득 쌓여 있던 달걀이 팍 줄었어요

닭들도 더울 땐 달걀을 덜 생산한다는군요


바이러스 습격으로

나들이도 조심스럽지만

이 비 그치면 가까운 숲으로 가서

울적한 마음에 초록 바람이라도 쏘이고 싶어요


소풍에는 삶은 달걀과 사이다

어릴 적엔 그랬었죠

김밥과 삶은 달걀과 사이다가

소풍길을 함께 하는 정겨운 3 총사였어요

어리고 철없던 그 시절엔

삶은 달걀은 그냥

맛있는 삶은 달걀이었는데요


조금 더 자라서는

'사랑 손님과 어머니'에 나오는

'아저씨도 달걀 좋아하우?'

옥희가 좋아하는 달걀이었고요


여전히 철없는 철부지 어른이 되어

삶=달걀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시크하게 웃어보기도 하다가

엄마가 되어서는

달걀 삶는 시간을 알게 되었어요


노래 가사처럼 10분 내로

9분 정도 삶으면 부드러운 반숙이 되고

12분 정도 삶으면 포근포근한 완숙이 되고

늦어도 15분을 넘지 않게 삶아야 하죠


달걀 삶을 때

물에 왕소금을 넣으면 달걀이 터지지 않고

식초를 넣으면 껍데기가 잘 벗겨진다는

꿀팁도 알게 되었고요


삶은 달걀 요리 레시피는 많고 많은데

인생의 꿀팁은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아요

인생이 익어간다는 노래는 있으나

어느 정도 익어야 잘 익어가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죠


레시피도 꿀팁도 없는 인생이지만

달걀이 완숙으로 익어갈 시간 내로

나를 위해 달려와줄 친구가 곁에 있다면

괜찮은 인생 아닐까요?


늦어도 15분 내로

달려와줄 친구가 곁에 있는지

달걀을 삶으며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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