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01 한 권의 책
책이 주는 위로
어릴 적 우리 아이는
동화책보다는
로봇 장난감이나 자동차에 마음을 빼앗겨
철없고 솔직한 어린이답게
동화책 선물은 그다지 반기지 않았습니다
이모들이 생일이나 어린이날에
네모난 포장 책 선물을 건네면
포장지를 뜯기도 전에
아 책이구나 하면서
언박싱을 잠시 미루었습니다
동화책 선물보다는
꼬맹이 외삼촌이 용돈 모아 선물한
헬리콥터가 먼저였죠
학생 시절
꾸깃꾸깃 용돈을 모으고 모아서
일부러 시내 큰 서점에 가서
책 구경 몇 시간에
고르고 골라 책 한 권 사던
설레는 기쁨과 행복을
나 역시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우주라도 품에 안은 듯
책 한 권 가슴에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아갈 듯 가벼운 발걸음을
언제부터인가 잊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집에서 가까운 백화점 곁 서점에 들러
책 구경도 하며 놀았는데
바이러스 소동으로 그조차도
못하고 안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책도 온라인 주문 배송이 대세라
화면에서 골라 터치하고 클릭
비대면 문 앞 배송으로 받으니
내 키보나 훨씬 높은 서가 앞에서
책들을 올려다보며 고민하는 순간의
진지한 설렘과 잔잔한 행복은 슬며시 달아나고
책이 담긴 봉투나 박스를 뜯는 재미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오늘 반가운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물론 비대면 문 앞 배송으로요
봉투를 열자
여름빛 파란 띠를 두른
책의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랑 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아서'
책 제목이 잔잔히 곱습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서두르지 않고
한 권의 책이 주는 위로를
천천히 음미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