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10 절대 고독
나 홀로 철학을 한다
고독을 씹는다고 하잖아요
고독을 마신다거나
고독과 어깨동무를 한다거나
고독에게
어깨를 기댄다라고 하지는 않죠
고독이란 혼자라는 거잖아요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한 게 고독이고
고독을 씹거나
고독을 느끼거나
고독에 빠진다고 하죠
자신도 모르게 철학을 하는 거죠
언제 고독을 느끼나요?
내 경우 좀 생뚱맞긴 하지만
CT를 찍을 때 고독을 느낍니다
원통 안에서 고독에 빠집니다
정말 혼자인 그 순간
나 홀로 고독을 씹어봅니다
두 팔을 만세라도 하듯 위로 올리고
스르륵 미끄러지듯 통 안으로 들어가
숨을 들이마시고 멈추십시오
숨을 쉬십시오
숨을 다 뱉고 멈추십시오
숨을 쉬십시오
건조한 기계음을 들으며
숨을 들이쉬고 멈추고
내쉬다가 멈추면서
그 순간에도 생각이란 걸 합니다
나 홀로 철학을 합니다
마음대로 숨 쉬는 것도 큰 행복이구나
내 마음대로 숨을 쉴 수 없는
이 순간 이 동그란 통 안에서
나는 정말 고독하구나
진지하게 철학을 합니다
그러다 생각을 바꾸기로 합니다
우주선이라고 생각을 바꿉니다
우주여행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가 이처럼 고요하고
고독할 거라고 상상합니다
고독한 나만의 우주여행은
길지 않습니다
그런데 참 길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어쨌거나 이번 우주여행도
무사히 마쳤으니 다행입니다
혼자 맞이한 잠깐의
고독마저도 사랑스럽습니다
고독한 철학을 끝낸 후에는
대숲에 이는 초록바람이 필요합니다
대숲 사이로 흐르는 그 바람도
고독을 안고 저 홀로 흐르겠지만
그 안에 서면
고독마저도 위로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