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16 우렁각시 다녀간 자리
연둣빛 콩국 레시피
점심으로 콩국수 먹을 거라며
연홍 님이 콩국수 사진을 올렸습니다
얼마 전 퇴직을 하고
왕초보 주부 놀이에 빠진 그녀에게
우렁각시 친구가
연둣빛 콩국을 넌지시 놓고 갔답니다
비대면 엘리베이터 배송으로요
그녀의 자랑에 의하면~
우렁각시 친구가 이른 아침에
엄청나게 맛나게 생긴 콩국물 두 병을
엘리베이터에 올려놓고 갔답니다
우렁각시 친구는
매너 스루로 스쳐가고
콩국물 두 병만 나란히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왔다는 거죠
어른 말씀 잘 들은 것도 없는데
수지맞았다고 그녀가 좋아합니다
그야말로 맷돌에 갈아 베보자기에 짠
팥쥐 엄마표 그대로라는 거예요
연둣빛 완두콩 색이 나는데
고마운 마음이 앞서 무얼 넣었는지
우렁각시 친구에게 안 물어봤답니다
콩국수 한 그릇 떡 하니 올려놓고
데코 폼 어떠냐고
그녀가 묻습니다 이 정도면
저어기 주부 9단 현주보단
좀 나을지도 모른다고 웃으며
왕초보 주부 연홍 님이 물어요
연둣빛 콩국은 이생에 처음이라
완두콩에서도 콩물이 나오냐고요
숙희 님과 현주 님이 이구동성으로
고개 저으며 아니랍니다
연둣빛 콩국의 비밀은
완두콩이 아니라 서리태콩
그것도 껍질을 벗겨 갈아낸 거라고요
음메 기죽어~ ^^
왕초보 주부 연홍 님이 살며시 꼬리 내리더니
완두콩인지 서리태콩인지 구별은 못해도
그래도 뽀대 나고 맛은 좋다며
휘리릭 달아납니다
모를 땐 나처럼
가만히라도 있어야 중은 가는 법이죠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지든 말든 어쨌든 부럽습니다
내게도 그런 우렁각시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닙니다 내가 바로
그런 우렁각시 친구였으면
참 좋겠으나 어쩌나요
솜씨 없는 꽝손이니
그냥 가만있으면 중이라도 가겠죠?
그나저나 콩국물의 연둣빛이 예술입니다
애용하는 살림마트에
하얀 콩국물도 있고
까만 콩국물도 있으나
연둣빛 콩국물은 없으니
눈으로만 먹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