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15 팥빙수 한 그릇
시원 달콤 팥빙수 레시피
유명한 팥빙수가 있다
줄을 서서 먹는다고 하는데
요즘도 줄을 서는지는 모르겠다
두 팔 간격 줄을 서서 먹는지는
가보지 않아 모르지만
어쨌거나 유명한 팥빙수인데
내 기억 속에서는
그냥 팥빙수일 뿐 특별히 다르지 않다
그 팥빙수의 레시피는
유리그릇에 고운 우유얼음 가득
적당한 단맛의 단팥 듬뿍
그리고 쫀득한 인절미 두어 조각이
전부인 깔끔함이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필요한 만큼
기본을 채우는 알뜰함이 전부였다
과하지 았은 팥빙수였다
요란하게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의 투명한 아름다움이랄까
그야말로 특별하지 않은 팥빙수다움이
기억 속 팥빙수의 매력으로 남아 있다
그 팥빙수를
유명한지도 모르고 먹던 시절이 있다
지나고 보니 그 팥빙수여서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직장이 그 근처일 때
친구들과 가끔 가서 먹었다
나중 보니 그 팥빙수가
바로 그 팥빙수였다
우리 삶에 그런 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순간이 반짝이는 보석인 줄 모르고
무덤덤 지나온 순간들이 많을 것이다
지나고 보니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몰라서 허술하게 보낸 나날들이 얼마나 많을까
기억의 저편을 헤집어 보면
그날들이 꽃밭이었다
그 순간이 행복이었다
고운 꽃밭을 꽃밭인 줄 보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쳐온 날들이
눈부신 순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온 순간들이 아쉽고 안타깝지만
인생이 그런 것을 어쩌랴
지나고 나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인생의 꽃길이고 선물인 것을
유명한 팥빙수의 레시피가
간단명료하고 과하지 않은 것처럼
내 마음이 분명하고 욕심 없다면
지금부터의 길은 한 송이 들꽃이라도
더 귀하고 아름답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놓치고 지나온 것에 두는
부질없는 미련 따위 툭 던져버리고
더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보는 거다
가벼워야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으니